최근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잦은 모임의 화두는 단연 '복고'다.
'응답하라 1994' 등 추억을 되살리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며 복고문화도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복고문화 열풍에 SNS의 동창 찾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든 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층들에게 SNS는 진입장벽이 높아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고 나서부터 중장년 층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SNS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개방형부터 폐쇄형까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SNS의 장점은 중장년 층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SNS들은 각종 소통의 장으로 이용되며 세대 간 소통을 유연하게 하고 있다.
복고문화 열풍에 중장년층 등을 필두로 SNS를 통해 과거 추억을 되살리고자 하는 사람이 늘자 '동창 찾기' 서비스는 급속도로 성장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 네이버 밴드 필두로 동창 찾기 서비스 '활짝'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 모바일이 개발한 '밴드'는 지인들과 그룹형태를 만들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SNS로 지난해 8월 처음 출시됐다.
출시 초기에는 대학생들의 각종 조 모임용으로 기획됐지만 출시와 함께 소규모 그룹 형태로 인기를 누리다가 최근에는 동창 찾기 등의 서비스 추가로 급속도로 확장되는 추세다.
네이버 밴드의 이런 폭발적인 확장에는 중장년 층의 결집이 한몫 했다.
밴드는 부부가 서로 소통하기 위한 공간에서부터 가족간 소통의 장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어났고 최근 추가된 동창 찾기 기능은 중장년 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추억의 장으로 사용돼 인기를 끌고 있다.
흡사 과거 '아이러브 스쿨', '다모임' 등 동창 찾기 열풍이 SNS를 통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네이버 '밴드'의 체류 시간은 지난 8월 동창 찾기 기능이 추가된 뒤 수직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 클릭에 따르면 네이버 밴드의 체류시간은 지난 9월 10억분 가량에서 11월 20억분 가량으로 약 2배 이상 뛰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 커뮤니티 서비스로 인기를 누렸던 네이버 카페(17억분 가량), 다음 카페(14억분 가량)를 제치고 왕좌를 차지했다.
총 체류시간은 이용자들이 해당 서비스에 머무르는 시간의 총합을 나타낸 수치로 주로 서비스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나 사용률을 비교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네이버 밴드는 최근 2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현재 750만개의 밴드가 개설돼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연이은 호평을 받으면서 가파르게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7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리케이션인 '멤버'도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다.
원더피플이 개발한 '멤버'는 출시 한 달여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멤버'는 간단한 휴대폰 인증을 거친 후 학교별 동창들을 자동으로 인식해 주소록이 생성되는데 부정한 용도의 사용과 사칭을 막기 위해 별도의 인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특징이다. 이런 인증을 거친 후에는 채팅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이용 가능하다.
◈ 스미싱 등 부정적인 문제점도 '대두'
동창 찾기 열풍이 불자 이에 편승해 스미싱과 같은 부정적인 사회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50여 명에게 '동창 찾기' 애플리케이션인 것처럼 위장한 악성 앱을 전송해 소액결제 금액 1,5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로 송모(24) 씨 등 1명을 구속하고 석모(23)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송씨 등은 수집한 2만여 명의 개인정보 가운데 소액결제 금액 한도가 30만원으로 설정돼있는 이들에게 무작위로 '동창 찾기'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오픈마켓 사이트에 허위 점포를 개설, 빼돌린 소액결제 승인문자를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품을 구입하는데 이용하는 방식으로 결제 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 동창 찾기 열풍타고 너도나도 개방형에서 폐쇄형 SNS로…
초창기 폐쇄형 SNS인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시작으로 붐이 일어난 SNS는 개방형 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등장으로 만개했다.
하지만 최근 사생활 침해 등 개방형 SNS의 단점으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복고문화 등의 열풍으로 인해 '우리끼리만'이 강조된 폐쇄형 SNS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동창뿐만 아니라 '연인들을 위한' 혹은 '친한 친구들만' 등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폐쇄형 SNS도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의 폐쇄형 SNS는 네이버 밴드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의 카카오그룹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카카오그룹은 출시 100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네이버 밴드(1,000만 다운로드 도달에 9개월 소요) 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 밴드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그룹은 카카오톡을 통해 국내에서 영향령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연인들만의 공간'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비트윈'도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옥스퍼드대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의 '인간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의 한계 수치는 50명'을 강조한 SK컴즈의 '데이비'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개방형 SNS가 나를 알려 많은 사람들과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폐쇄형 SNS는 내가 아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개방형 SNS에 대한 피로감이 점차 누적되고 있는 상태에서 동창 등 지인들과의 조용한 공간을 만들어 '우리끼리만' 소통하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폐쇄형 SNS 인기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되고 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 적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개방형 SNS상에서 의견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나를 알리는 피로감 등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개방형 SNS에서 폐쇄형 SNS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