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아파트 이름 바꾸기로 벗어날까?

부산지역 아파트 이름 바꾸기 문의 잇따라…집값 인상 걱정인 세입지와 신경전도

아파트 자료사진.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유행처럼 번진 아파트 이름 바꾸기가 최근 부동산 침체 속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주상복합 등 고가의 새 아파트가 대부분인 브랜드 아파트의 이미지를 빌려 집값을 올려보자는 의도인데,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대기업 건설사가 완공한 부산 북구의 A 아파트는 최근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아파트 이름을 바꾸기 위해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래미안', '자이', '캐슬' 등 유명 브랜드로 이름을 갈아탈 경우 새 아파트라는 이미지와 함께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자산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개명을 원하는 집주인과 반대표를 던지려는 세입자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세입자를 중심의 불만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아파트에 2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 한 세입자(33)는 "주인이 개명 찬반투표에 찬성했느냐고 물어보는 데 솔직히 말할 수 없었다"며 "또 '세입자가 아닌 실소유자를 상대로 투표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해 당혹스러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세입자(31.여)는 "아파트 내부 곳곳에 수리할 곳이 많고, 인근 브랜드 아파트에 비해 편의시설이 현격히 부족하다"며 " 그런데도 겉 페인트칠만 해서 이름을 바꾸면 실질적으로 개선 되는 건 없는데, 매매가와 전세금만 올라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아닌 단순 외곽 도색으로 인근 브랜드 아파트와 같은 시세를 받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북구청은 지난 몇 년 동안 관내 이름을 바꾼 아파트가 하나도 없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서 A 아파트뿐 아니라 금곡과 화명, 덕천동 등 일반 아파트로부터 개명문의 전화를 여러 차례나 받았다.

잠잠했던 아파트 개명 붐이 다시 이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이 이어지자 명칭 변경으로 매매가를 높여보자는 입주자들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손쉽게 집값을 띄우려다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만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브랜드 관리를 위해 변경을 꺼리는데다, 건물 도색뿐 아니라 조경이나 외벽 공사를 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시설에 수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될 수도 있다.

또 기초자치단체마다 아파트 개명에 대한 처방전이 달라 무턱대고 아파트 이름을 바꿨다간 원상복구는 물론 과태료까지 내야 한다.

모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몇년 전 건설교통부가 엄격한 개명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건설사가 이름을 바꾸는데 동의해주더라도 지자체가 지침에 따라 변경신청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며 "일부 지자체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아파트에만 변경신청을 받고 있어 자칫 무턱대고 도색작업을 펼쳤다간 과태료 5백만 원만 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반발을 부르거나, 본전은커녕 손해를 볼 수 있는 무분별한 아파트 개명은 자제해야 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