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처형 후 中 대북 투자심리 '꽁꽁'

"대북투자 中 기업 가운데 4분의 1만 명맥 유지"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여파로 가뜩이나 냉랭했던 중국기업들의 대북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장성택의 죄목으로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팔아먹도록 했다"고 적시하면서 그동안 북한의 대표적인 투자 유치 분야였던 광산 개발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중국 내 대북투자자와 무역상들에 따르면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북·중 사이에 일반적인 무역거래는 별다른 변화 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치른 뒤 각 기업소와 공장 등에 정상 조업과 생산 증대를 독려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사태 이후 신규 대북투자를 미뤄온 중국기업들은 북한이 이례적으로 장성택의 죄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나선 특구 임대와 지하자원 매각 등을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2월 핵실험 전까지도 중국기업들이 눈독을 들인 북한 곳곳의 광산 개발을 허용하는 대가로 고속도로, 호텔 등 기반시설 건설에 참여하게 하는 투자협약을 다수 체결했다.

지하자원 이외에 경쟁력 있는 외화벌이 교역품이 없는 북한은 2010년 한국의 5·24 조치로 남북교역이 사실상 중단되자 무연탄, 철광석, 금 등의 대중국 수출에 매달렸지만 자본과 기술 부족으로 광산의 생산성이 떨어지자 중국 측 투자 유치에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공개적으로 광산개발권을 대가로 한 투자 유치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투자 시기와 조건 등을 저울질하던 중국기업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접경지역의 한 대북소식통은 "중국 당국에 등록된 대북투자기업 수가 180여 개인데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합작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은 50여 개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의 대북투자기업들은 주로 광산과 식당, 식품가공, 건설 자재 생산, 상품 유통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광산 투자 기업의 생존율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중국 동북지역의 한 기업인은 "중국의 대북투자기업 가운데 장성택과 연관 있는 업체는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북투자 실패 사례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아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수시로 변하는 북한의 정세 때문에 대북투자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전에도 북한 측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는 중국 투자자들의 대북투자 실패 사례가 여러 차례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랴오닝(遼寧)성에 본사를 둔 시양(西洋)그룹은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려 북한에 2억 4천만 위안(425억 5천만 원 상당)을 투자했다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났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올해 들어서도 완샹(萬向)그룹, 아시아어항(亞州漁港) 등 중국기업들이 대북투자에서 고전하거나 투자를 유보했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전해지면서 대북투자 심리가 더 싸늘해졌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경제난 해소가 절박한 북한으로선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외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지만 투자의향서나 양해각서 체결 수준이 아닌 실제 계약과 투자는 상당기간 위축될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북한의 가장 경쟁력 있는 투자 유치 상품은 광산인데 앞으로 북한이 이에 대한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가 중국기업들의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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