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점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90억원 배상판결

비정규직지회, "파업원인 제공한 회사 책임 묻지 않은 편파판결"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점거해 손실을 입힌 사내 하청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역대 최대 액수인 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내 하청노조는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회사의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편파적인 판결"이라며, 항소하기로 했다.

울산지법 제5민사부(김원수 부장판사)는 19일 현대차가 비정규직지회(사내 하청노조) 간부와 조합원 등 27명을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인 22명이 연대해 90억원을 회사에 지급하라고 주문했으며,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생산시설을 불법적으로 점거해 회사 측에 피해를 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민사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지회는 판결문을 받는 즉시, 항소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차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에게 수십억원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울산지법이 현대차의 대리인을 자청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울산지법이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회사 측의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장 점거 등 파업의 수단과 방법만 참작해 판결하고 있다는 것.

현대차 울산공장 김성욱 비정규직지회장은 "울산지법이 편파적인 판결을 계속할 경우, 노동 3권의 무력화와 노동자 투쟁의 약화로 불법파견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울산지법이 상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는 것은 물론 불법파견과 정규직 전환 투쟁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비정규직지회는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 동안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1공장에 진입해 생산라인을 점거했다.

사내 하도급업체에서 일한 최병승 씨를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비정규직회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모두 203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울산지법은 10월과 11월 열린 현대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비정규직 지회에게 최대 20억원에서 5억원을 연대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현대차가 201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16건에 680 여명(중복 포함), 총 234억원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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