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 中 단둥엔 북한인 애도 행렬

북한 공관 주변 통제 강화…작년보다 삼엄한 분위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인 17일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의 북한 공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현지 체류 북한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북한에 필요한 각종 물품 구매나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단둥에 머무는 무역상들과 현지 북한식당 종업원, 중국기업 채용 근로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북한 영사사무소를 찾았다.

남성들은 검은색 정장 차림을 했고 여성들도 어두운 색 정장을 입은 채 저마다 국화로 만든 꽃다발과 꽃바구니, 화환을 손에 든 모습이었다.


화환에는 한결같이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렸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관계자들도 조화를 준비해 북한 영사사무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침통한 표정 속에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일부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쳐 반드시 국가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공관 앞에서 만난 한 북한인은 "우리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서 끝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성택 처형에 대해 "(장성택 일당은) 우리 조국에서는 한갓 쥐새끼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단둥 북한 영사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입구에서부터 외국 매체 기자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조문소 내부를 잠시 공개하기도 했던 지난해 김 위원장 1주기 때와 달리진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국 공안 당국도 건물 경비원 이외에 사복 요원을 배치해 외신 기자들이 건물 입구에서 떨어지도록 통제해 지난해보다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분향소에 다녀온 한 중국인은 "북한 영사사무소 안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다"면서 "아침 일찍부터 현지 체류 북한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공관이 있는 건물 21층까지 걸어서 올라간 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무전기를 손에 든 중국 측 사복 요원들은 일부 외신 기자들이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가 적발되자 취재진을 향해 "북한인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니 입구에서 물러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단둥에 거주하는 북한 무역상들이 많이 찾는 1, 2마루(馬路) 부근의 상가도 행인이 크게 줄었으며 전날까지 정상 영업했던 단둥시내 북한 식당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북·중 간 교역량의 70%를 담당하는 단둥-신의주 세관은 이날 정상 운영됐지만 압록강철교에서는 중국 쪽에서 소수의 화물차만이 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갔고, 북한에서는 차량이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단둥뿐만 아니라 베이징(北京) 주중대사관과 선양(瀋陽) 총영사관 등 다른 중국 내 공관들에도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객을 맞았으며 선양 시내 북한 식당들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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