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2차 공판까지만 해도 호의적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뒤집혀
- 평가원, 대형 법무법인 광장 동원해 가정법원장출신 등 변호사 6명
- 항소해도 같은 결과 나올 것 같아, 회의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16일 (월)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효선 (수험생 학부모)
◇ 정관용>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 ‘문제가 오류다, 아니다’ 논란이 일었고. 수험생들이 집단소송까지 제기했는데 오늘 그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지문이 명백하게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평균 수험생의 수준으로써는 2번을 답으로 고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정답 결정에 문제없다.’ 이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소송 제기한 측이 패소한 셈인데요. 이 수험생 학부모님으로 소송 제기에 참여하셨던 김효선님 잠깐 연결해 보겠습니다. 여보세요?
◆ 김효선> 여보세요?
◇ 정관용> 아드님이세요, 따님이세요? 시험 본 분이.
◆ 김효선> 딸이에요.
◇ 정관용> 딸. 8번 문제 그러면 2번을 안 쓰고 딴 걸 썼군요?
◆ 김효선> 1번을 썼죠.
◇ 정관용> 1번을 쓴 이유는?
◆ 김효선> 1번 같은 경우는 ㉢ 지문을 얘가 먼저 눈에 확 들어왔던 거예요. 당연히 틀렸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 ‘EU는 NAFTA보다 크다’ 이게 말이 안 되니까. 얘도 너무 당황스러웠죠. 2009년 교과서에는 분명 그렇게 돼 있지만 그 2012년이라는 숫자 때문에 얘는 한 번 평가원이 꼬았다고 문제를 생각했나 봐요. 그렇게 하니까 ㉢이 틀렸다고 생각을 하니까 얘는 당황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얘는 1번을 선택했죠. 그러니까 ㉢이 맞다고 생각했던 애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이 1번이에요.
◇ 정관용> 그러니까 NAFTA의 총생산량이 지금 EU보다 더 많아졌는데 교과서는 그걸 반영을 못하고 있었고. 시험을 보신 따님은 NAFTA 생산량이 더 많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거군요?
◆ 김효선> 그러니까 2009년에는 분명 EU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교과서를 확실히 공부했어요. 평가원 측은 계속 ‘교과서에 있는 걸 왜 틀렸냐’고 하는데 우리 딸은 ‘2009년도 EU는 NAFTA보다 크다’를 확실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 정관용> 하지만 2012년이라는 숫자가 있으니까.
◆ 김효선> 숫자가 있으니까. 원래 시험은 꼬아서 내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법원은 오늘 ‘문제 정상적이다’라고 판결을 했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효선> 저도 할 말이 없고요. 모르겠어요. 모든 언론도 그렇고, 지리교사들도 ‘이거는 오류 있는 문제’라고 했는데 평가원과 몇몇 학회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고.. 모르겠어요. 1, 2차 공판을 다 갔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할 때는, 저 개인적인 생각은 그 변호사 선임에 있어서 저희가 너무나 불리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 정관용> 어떻게요. 변호사가 어떻게 선임됐는데요?
◆ 김효선> 그쪽은 광장이라는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했잖아요. 거기 변호사님이 여섯 분인데, 제가 가보니까. 가정법원, 법원장까지 하셨던 분이 나와서 그 대표변호사로 나오기도 하셨었어요. 그러니까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호의적인 줄 알았었어요. 그런데 오늘... 그러니까 애들도 그렇고, 여론도 그렇고, 솔직히 ‘2012년’ 틀린 건, 오류가 확실한 거잖아요. 애들도 오늘 당연히, 당연히 이거는...
◇ 정관용> 승소하리라고 봤는데.
◆ 김효선> 네, 어느 누구도 99%가 다 그렇게 했었는데. 너무 허탈하니까 할 말이 없고요. ‘전관예우라는 게 이런가’라는 걸 저는 처음 느꼈어요.
◇ 정관용> 그거라고 생각이 된다? 딱 그렇다고 무슨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죠?
◆ 김효선> 증거가 있는 건 아닌데 대표 변호사님도 오셨고요. 무슨 행정조정을 하는데 있어서 6명의 어떤 광장 변호사까지. 저도 첫날 가서 너무 깜짝 놀랐거든요. 저희 쪽은 한 분 변호사만 계셨거든요. 그리고 그 쪽은 여섯 분이 오고. 그날 가서 저는 광장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너무 저도 깜짝 놀랐었어요.
◇ 정관용> 보통 정부기관이 피소를 당하면 정부 법무공단 이쪽을 주로 이용한다는데 이번에는 예외적이네요.
◆ 김효선> 네. 그래서 저도 광장이라는 얘기를 만약에 들어 알고 있었다면, 저희도 딴 데를 했으면 이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까지도 들어요. 개인적으로. 그래서 그전에 1차를 하고 나서 변호사의 이력들이 다 나오더라고요. 그랬더니 대표 변호사까지 거기 들어가 계시더라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3점짜리 한 문제여서 이게 입시에 영향이 상당히 크죠, 그렇죠?
◆ 김효선> 저희 애 같은 경우는 솔직히 그 한 문제를 틀려서 47점이 됐어요. 47점이 돼서 지금 1등급에서 2등급이 됐거든요. 그렇게 하니까 지금 수점이나 백분위가 확 떨어지죠.
◇ 정관용> 지금 입시 중이죠?
◆ 김효선> 네. 저희는 정시를 노리고 있어서 그 1점이 굉장히 중요한 거고. 자꾸 평가원에서 1등급 애들이 틀린 게 없다 그랬는데, 저희 애는 3점짜리 틀려서 2등급이 됐거든요.
◇ 정관용> 어쨌든 지금 패소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 김효선> 아니 그러니까 몇몇 학생들이랑은 항소를 한다고 그러는데.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는 애가 너무 상처받을 것 같아서. 솔직히 열아홉, 스물의 애들이 너무 애들이 열심히 했었거든요. 지리환경학회, 경제지리학회, 평가원에 하루 종일 글 쓰고 그다음에 수만휘니 오르비니 이런 수험생사이트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이렇게 했었는데. 저는 그래요. 저희야 세상을 살아봤으니까 모르지만, 열아홉, 스물 애들이 받을 상처가 제일 가슴이 아파요. 그리고 걔네들은 법정에서 그런 걸 봤거든요. 그리고 모르겠어요. 어떤 쇼였는지 모르겠지만 1, 2차에서는 우리 쪽에 호의적인 척 하는 어떤 그런 것들이 오늘 완전히 뒤집혔었거든요.
◇ 정관용> 항소에는 참여 안 하실 생각이다?
◆ 김효선> 저 개인적인 생각에는 항소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솔직히 조금 회의적이고. 믿지를 못하겠어요. 괜히 애만 더 상처를 받아서. 이미 끝났고 정시도 다 끝났고. 거기에서 고등법원까지 가서 또 한다면 우리 애가 큰 상처를 더 많이 받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김효선> 네.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듣고요. 어쨌든 따님의 입시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 김효선>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맙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마는, 어쨌든 소송까지 갔고 법원의 판단까지 내려졌으니 다시 또 뒤집기는 참 쉽지 않겠군요. 정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버린 그런 상태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참여한 학부모님들은 도저히 판결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항소까지 해도 사실 또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목소리도 내고 계시는군요. 이번에 소송에 참여한 학생 학부모 김효선님의 말씀까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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