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BI 전 요원 이란 실종 사건에 CIA연루"

AP통신 보도…"당국 연계설 부인한 美입장과 달라"

7년 전 이란에서 실종된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레빈슨이 실종 당시 중앙정보국(CIA)의 의뢰로 비공식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레빈슨의 실종과 관련해 알려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서, CIA의 또 다른 스캔들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2007년 3월 이란 남부 휴양지 키시섬에서 실종된 레빈슨은 FBI에서 20년 동안 러시아 조직범죄 전문가로 활동하다 1998년 은퇴했으며 실종 당시에는 키시섬에서 사설탐정으로서 담배 밀수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 역시 레비슨의 실종에 관해 "키시섬으로 사업 관련 출장을 갔다가 실종됐다"는 것이 공식 입장으로 당국과의 연계설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AP통신은 수년간에 걸친 자체 취재 결과 레빈슨이 CIA의 한 조사팀으로부터 활동비용을 받아 이란 정부 관련 정보 수집활동을 하던 중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레빈슨의 실종 이후 CIA가 자체 조사를 통해 이 조사팀이 내부 규정을 깨고 레빈슨에게 '비공인 정보 수집 활동'을 맡긴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연루된 CIA 요원 3명이 퇴출되고 7명이 징계를 받았다.

레빈슨은 키시섬으로 가기 전 CIA 요원 앤 자블론스키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이란 정부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고 활동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자블론스키는 답장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받을 때까지는 자금 관련 내용은 '우리에게' 이야기하라면서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레빈슨은 2007년 3월 8일 키시섬으로 도착해 마리암 호텔에 체크인한 뒤 정보원으로 삼으려던 다우드 살라후딘을 자신의 호텔방에서 만나 수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으며, 3월 9일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로는 행방이 묘연해졌다.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 사이에 진행된 미 상원 비공개 청문회에서 스테판 카프스 CIA 부국장은 CIA가 레빈슨의 실종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CIA는 레빈슨의 가족에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250만달러의 연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 과정에서 레빈슨의 실종과 관련한 비밀들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그동안 전현직 정부 관계자와의 인터뷰, 자체적으로 확보한 서류 등을 통해 레빈슨의 실종에 CIA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2010년 처음 파악했으나 레빈슨의 귀환을 위해 보도를 보류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도를 하는 것은 실종 이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행방이 묘연하고 정부는 3년 가까이 그가 살아있다는 어떤 단서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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