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제시한 이후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철도노조의 반발이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2일 취임한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두 달이 넘도록 노조와의 협상에서 기존 정부의 입장을 고집하다 철도파업 사태를 맞았다.
더구나 최 사장은 이번에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을 참여시켜 위법성 논란을 자초하는 등 조직내부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철도대학 총장을 거쳐 지난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정치 지망생' 최연혜 사장이 철도 정치(政治)를 하려다가 망치(亡治)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 '정치 지망생' 최연혜 사장 = 코레일 최연혜 사장이 취임한 것은 지난 10월2일이다.
당초 코레일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부각됐던 인물이 있었으나 국토부의 인사 청탁 논란이 빚어지면서 재공모를 통해 사장에 선임됐다. 어찌 보면 관운(官運)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최 사장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뒤 코레일 부사장과 철도대학 총장을 거쳐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 을에 직접 출마하기도 했다.
사장 취임 직전까지도 새누리당 대전시당 서구 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차기 20대 총선에서도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철도 전문가(?) 최 사장, 취임 후 소신·철학 바꿨나? =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금 정부에서는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 코레일의 지주회사 전환등을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그러면서 “철도 가족은 물론 국민의 편의와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지원을 요청 하겠다“고 강조했다.
철도공사와 노조는 이 때까지만 해도 최 사장이 정부와 대립각은 세우지 않아도 큰 틀에서 철도 민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왜냐하면 최연혜 사장은 고속철도 민영화는 물론 분할운영에도 반대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12년 1월31일 모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흔히 지적되는 공사의 ‘높은 인건비’와 ‘부실경영’도 고속철도 민간개방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철도공사는 정부의 엄격한 관리 아래 있고, 굳이 민간 개방 없이도 정부가 공사의 경영 효율화를 압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장 취임 이후 2개월 동안 모든 것이 바뀌었다.
최 사장은 “수서발 KTX 운영자회사 설립이 절대 민영화가 아니다”라며 파업에 참가한 철도 노조원 4,300여명을 직위 해제하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역사상 단 이틀 만에 이처럼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징계하기는 처음이다.
철도노조 안팎에서는 경찰 출신 허준영 전 사장 보다 정치 지망생인 최연혜 사장이 더 지독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최연혜 사장이 취임 후 2개월 한 일은? = 최연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의 코레일 지분이 30%에서 41%로 11% 증가한 것 외에는 모든 게 당초 정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최 사장의 건의와 요청이 먹혀들지 않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건의와 요청을 하지 않았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최 사장은 취임 2개월 동안 이사회 구성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레일 이사회는 상임 이사 6명과 비상임 8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비상임 이사 3명이 지난 2월9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자 선임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기 만료된 비상임 이사들이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을 위한 의결권을 행사해 철도노조가 원천 무효를 선언하는 등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 4일째를 맞고 있지만, 사측과의 갈등의 골은 오히려 더욱 깊어지면서 장기화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연혜 사장이 코레일 운영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정부, 특히 국토교통부의 입 맛에 맞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불만이 노조는 물론 비노조원들 사이에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철도노조 안팎에서는 차기 20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얼굴 알리기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철도노조 집행부의 한 간부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했던 정창영 전 사장이 임기 1년 이상을 남겨 두고 중도 사퇴하는 것을 보고, 후임 사장은 누가돼도 정부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 사장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