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양국 사이에서 정치·경제적 가교역할을 담당해온 실력자를 돌연 숙청한 것은 양국관계에 뭔가 순조롭지 못한 대목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논조다.
미국 타임지는 10일(현지시간) "장성택의 극적인 실각은 평양 내부의 지속적 권력투쟁 문제와 함께 북한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한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북·중관계를 손상시킬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장성택은 단둥지역 부근의 황금평 특별경제지구 설립을 지지해온 인물"이라며 "그러나 해당 사업은 북한 내부의 정책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진척 속도가 느려졌었다"고 전했다.
또 국제위기그룹의 대니얼 핑크스톤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중국으로선 북한을 그대로 놔둘 경우 그 잠재적 후과를 감내하기 힘들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경제실패에 실망하고 있으며 평양의 핵위협이 오히려 역내에서 미국의 전략적 입장만을 강화시켰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장성택은 중국에 있어 북한 최고지도층으로 통할 수 있는 가장 믿을만한 통로였다"며 "특히 중국식 경제개혁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하고 "이번 사건으로 중국보다 더 불안해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북한 당국이 거론한 장성택의 죄목 가운데 '자원을 값싸게 팔았다'는 대목에 주목하며 "이것은 철광석과 금속류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NYT는 "김정은은 집권후 외화벌이의 중요수단인 북한의 자원이 너무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라고 요구했다"며 "이는 중국 내부에 폭넓게 전파되면서 가격에 민감한 중국의 광물 사업자들을 화나게 만들었고 일부는 대북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장성택의 실각은 북한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중국의 가장 큰 우려는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는 미국과의 동맹인 한국 정부 주도로 통일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노틸러스 연구소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로저 카바조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의 또다른 우려는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곧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과시할 경우 미국이 역내에서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도 "장성택의 실각이 미치는 대외적 영향은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느낄 것"이라며 "북·중관계의 전면에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