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핵 기근: 20억명이 위기에'와 CNN에 기고한 칼럼 등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소규모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의 기후변화 같은 여파를 예측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보고서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핵전쟁 상황을 가정했다. '히로시마급' 핵무기 100개 안팎이 사용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핵전쟁이다.
이같은 양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핵무기 2만개 가운데 0.5%에 불과하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하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전쟁 발발 일주일 만에 폭발과 대규모 화재, 방사선 노출 등에 따른 사망자만 2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을 피해 목숨을 건졌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핵무기 폭발 여파로 공기 중에 퍼져 나가는 낙진 등 방사성 입자만 500만t에 달하는데, 이 입자는 대기중을 떠돌며 태양광을 차단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핵전쟁 이후 수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25도가량 낮아지고 전쟁 종식 후 10년이 지나도 평균 기온은 핵전쟁 이전보다 0.5도 떨어진다.
이런 기후 변화 때문에 북아메리카나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곡창지대 곡물 생산량이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겨울밀 생산이 핵전쟁 발발 첫해에만 50% 감소하고 이후 10년 동안 매년 평균 31% 줄어든다.
미국의 옥수수 생산과 중국 쌀 생산량도 10년간 평균 12∼15%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초기 4∼5년간 감소폭은 평균 20%를 웃돈다.
이런 대규모 식량 감소로 13억 중국인들을 비롯해 개도국 국민 8억7천만명,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3억명 등이 위기에 놓이게 되며 이 가운데 굶주림을 겪는 사람은 20억 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이끈 이라 헬판드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공동대표는 "중국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더라도 10년에 걸친 사회·경제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전세계 지도자들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어떤 상황에 이르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본부를 둔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는 전세계 62개국의 의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이 모여 핵무기 반대 운동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다.
1985년에는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핵전쟁의 위험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