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대차는 한류 붐의 물결을 타지 못하는 것일까?"

신간 '호리병 속의 일본' 출간

현대자동차 그룹(현대차, 기아차)은 세계 5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유독 일본 시장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나 실적이 저조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

일본으로 수입된 현대차는 2011년 77대, 2012년 104대에 그쳤다.

2012년 일본의 수입승용차 등록 대수 32만 1천대 중 현대차는 고작 0.03%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에서 현대차가 안 보인다고 해도 무방하다.

부진의 이유로 일본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2012년 폴크스바겐이 5만 7,626대, 벤츠가 4만 2,838대, BMW가 4만 1,635대 등 독일차가 선방하고 있으니 일본 시장을 폐쇄적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일본에는 현재 한류 붐이 불면서 한국 음식, 과자류, K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왜 현대차는 한류 붐의 물결을 타지 못하는 것일까?

국중호 일본 요코하마 시립대 국제종합부교수(게이오대 경제학부 특별임용 교수)는 신간 '호리병 속의 일본'에서 한국 제품에 대해 가격대별로 나타나는 일본 고객의 저항선을 지적한다.

"모든 가격대의 한국상품이 일본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한국 음식이나 과자, 드라마 시청료, K팝 음악, 한류스타 사진이나 책자, 비비(BB) 크림과 같은 한국 화장품 등이 인기상품이다. 이들 상품의 가격은 대개 몇백 엔(몇천 원)대이거나 몇천 엔(몇만 원)대이다. 주머니 사정에 그리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주류이다. 즉, 백 엔대에서 천 엔대가 일본 내 한국상품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84쪽)

반면 자동차 가격은 중고차라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최소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가 자국의 도요타차에 비해 품질이나 안전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일본 고객이 현대차 구매에 저항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일 한국대사관과 한국기업연합회가 2010년 6월 홍보기획사 덴쓰(電通)에 의뢰해 일본시장에서의 한국 제품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를 따르면 한국 제품은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고 품질이나 신뢰성이 낮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가격이 싸다'는 항목에 반응을 보인 사람은 한국 제품이 48.7%로 일본 제품 1.3%에 비해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신뢰성이 있다'는 항목에서는 한국 제품이 4.7%의 반응에 그치지만 일본 제품에는 68.9%가 반응을 보였다.

국 교수는 "일본 시장에서 만 엔(십만 원)대의 한국 제품이 받아들여진 후라야 십만 엔대, 백만 엔대인 현대차 구매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책은 20여 년을 일본에서 공부하며 생활했고, 현재 일본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의 눈에 비친 일본의 모습과 일본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경제학을 전공한 국 교수는 냉철한 시각으로 일본 사회 곳곳을 들여다본다.

한울아카데미. 27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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