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데 청와대 조모 행정관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자 청와대의 해명은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것이었다.
“조 행정관이 정보 수집에 개입한 것은 맞지만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모씨의 부탁을 받고 한 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청와대와 조직적인 관련이 없다는 해명이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들이 어떤 이유로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런 엄청난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무리 정권의 눈 밖에 났더라도 검찰총장은 청와대 행정관이나 안행부 공무원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가장 중요한 설명을 생략한 셈이다.
이같은 해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홍보수석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서 “개인적 일탈”이라는 해명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서 국정원이 이미 써먹은 바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달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선개입 댓글활동을 “개인적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는 국정원이 댓글 뿐 아니라 수만건의 트윗글을 통해 여론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시점이었는데도 남 원장은 “개인적 일탈”이라고 우겼다.
다른 정부부처나 기관과는 달리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라는 점에서 남 원장의 주장은 박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방부도 지난 10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사령부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역시 개인적인 일탈로 문제를 봉합하고자 한 시도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조직적인 개입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마땅히 해명할 말이 없으니까 개인적인 일탈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럴 수 있다”며 “조직적인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한 정부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고 봤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불리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개인적 일탈이라는 말이 똑같이 나와 놀랐다”며 “개인적 행위로 돌리는 것이 정황상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꼬리 자르기식 변명은 사춘기 청소년의 변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검찰과 상당 부분의 언론을 장악한 만큼 밀어붙이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믿어줄지는 미지수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개입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국민적 반발이 폭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