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영수 부장검사)는 채군 모자(母子)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유출되는 과정에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모(54) 행정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 행정관은 같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알고 지내던 조의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지난 6월11일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본적 등을 알려주며 해당 정보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총장 의혹과 관련해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는데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조 행정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 후 조만간 조 행정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조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가운데 한 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직속부하라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재만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조 행정관이 움직였다면 정권 중심부에서 채 총장 찍어내기를 기획했다는 의혹은 더욱 증폭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조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검찰총장 관련 개인 신상정보를 캤을 가능성은 낮은 만큼 그 배후가 누구인지가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문고리 권력' 중 한명인 이 비서관 외에 민정수석실의 '작품'이라는 의혹은 채 총장이 낙마한 이후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민주당쪽에서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주도해서 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번에 소속이 다른 조 행정관이 정보캐기에 나섰지만, 민정수석실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조 행정관이 자료를 요청한 시점이 대선 개입 사건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되기 3일전인 6월12일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채 전 총장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가 취합돼 청와대 어느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도 이번 사건 수사의 관건이다. 청와대에서는 그동안 지난 9월6일 조선일보 보도를 보고 이를 알았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정황만으로도 이런 주장은 뒤집히고 있다.
더군다나 조 행정관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미리알고 이를 확인했기때문에 조 행정관에게 지시한 배후인물은 채 총장과 관련해 별도로 개인정보를 수집했을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행위가 이뤄졌을 것이란 의심을 살 만하다.
검찰이 조 행정관의 배후에 대해 어디까지 수사망을 펼칠수 있을지가 향후 정치 독립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