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출발한 밀양 희망버스가 30일 밀양에 도착해 1박 2일간의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송전탑 현장 진입을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별다른 큰 충돌은 없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26곳에서 출발한 밀양 희망버스가 30일 밀양에 도착했다.
50여대로 나눠 태운 밀양 희망버스는 오후 3시쯤 밀양 11개 마을에 속속 집결해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참가 인원은 2천여명 정도다.
상동면 여수마을로 간 희망버스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규현 신부, 장하나 의원 등이 동참했고, 단장면 동화전마을에는 권영길 전 의원 등이 참가했다.
동화전마을의 참가자들은 농성중인 밀양 할머니들과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움막에서 나온 할머니들은 "고맙고, 반갑다"며 환영했고, 참가자들은 "힘내세요"라며 화답했다.
울산에서 온 한 참가자는 "밀양의 주민들과 희망을 나누고 오기 위해 참가했다"며 "밀양은 지금 송전탑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다. 자손대대로 살 수 있는 땅을 물려주기 위해 밀양 주민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송전탑 농성현장을 방문하려 하면서 이를 막아나선 경찰과 충돌을 빚기 시작했다.
경찰은 밀양의 투입된 경력을 60개 중대, 4천여명으로 크게 늘렸으며, 한전도 6백여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단장면 동화전마을에서는 96번 송전탑현장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비탈진 산길에서 대치하며 밀고 당기다,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상동면 도곡마을과 여수마을에서도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상태를 한동안 빚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공사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 우리가 지는것 같지만 우리는 한 편이다. 제가 여러분 편이라는게 자랑스럽다. 국회에서 신규 발전소 건설은 국민 손으로 결정하는 법안을 꼭 내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희망문화제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에 참석했다.
30일 저녁 7시쯤 밀양역에서 희망버스 참가자와 송전탑 반대 밀양주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문화제는 밤 10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문화제에서는 밀양 주민들이 그동안 경찰과 한전 등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 데 이어, 꽃다지와 곱창카레, 하자센터 타악그룹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이 이어지면 평화롭고 신나게 진행됐다.
특히, 밀양 할머니들이 그동안의 투쟁 과정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밝은 모습으로 합창을 하기도 해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백기완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장 송전탑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전재숙 용산참사 유가족 대표는 "용산 유가족들도 열심히 투쟁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밀양 주민들도 힘내시고 우리와 함께 이기는 길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제주 강정마을 강동균 대표는 "국가권력과 자본, 가진 자들에 맞서 싸우는 밀양주민께 큰 절을 올린다"며 "온 국민이 밀양을 지켜보고 있고, 우리는 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준한 공동대표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반드시 공사 현장을 밟고 오겠다는 주민들과 함께 경찰의 무리한 저지에 맞서면서도 끝내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송전탑 공사 현장에 올라 갈수 있는 감격을 맛봤다"며 "오늘 주민들이 겪었던 가장 큰 희망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다는 현장에서의 싸움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여러분들이 함께 한 시간은 이틀뿐이지만, 밀양 주민들에게는 희망 그 자체였다"며 "다음에 여러분들이 또 밀양 희망버스를 타고 오실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문화제가 끝난 뒤, 송전탑이 건설되는 각 마을로 해산해 마을회관이나 농산물 집하장, 주택 등에서 숙박한다.
이들은 마을별로 간담회를 진행한 뒤, 다음 날 마을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서 밀양시청 앞에서 공사 중단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