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짱' 아프간 대통령, 왜 인도 방문하나

카르자이, 다음달 인도 방문…인도에 군사지원 또 요청할 듯

내년 말 이후에도 미군 잔류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對)미 안보협정 서명을 미루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다음달 남아시아 맹주국인 인도를 방문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인도 서부 도시 푸네의 한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맞아 다음달 인도를 방문하면서 뉴델리에서 만모한 싱 총리와 회담할 것이라고 인도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문일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내년 12월 미군 위주의 아프간 주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아프간을 철수한 이후의 안보상황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지난 5월 인도를 방문, 2011년 인도와 맺은 전략적 협력협정을 들어 싱 총리에게 치명적 및 비치명적 무기의 아프간 공급을 포함한 군사적 지원을 제의했으나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번 방문에서도 군사적 지원을 거듭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는 아프간 안보상황이 자국을 비롯한 남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도는 아프간에 군사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경우 '앙숙' 파키스탄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 아프간에 비치명적 무기만 제공하고 있다.

인도는 아프간 문제에 적극 개입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청을 뿌리치고 아프간에 병력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은 내년 말 이후 미군을 포함해 최대 1만5천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잔류시켜 아프간군 훈련 등 비전투 임무를 맡도록 하는 내용의 대미 안보협정 서명을 내년 4월 아프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힌 뒤 이뤄지는 것이다.

그는 법적 효력은 없지만 아프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부족장회의로부터 연내 협정서명 요구를 받았음에도 서명을 미뤘다.

미군의 민가 공격 즉각 중단, 아프간 정부 및 반군탈레반간 평화협정 진전을 위한 미국 측의 노력 등이 협정에 반영되도록 재협상을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미국은 연내 협정서명을 하지 않으면 내년 말 미군을 완전철수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은 상태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8일에도 미군 무인기 공격으로 두살배기 아기가 숨졌다면서 미군의 이런 공격이 계속되면 안보협정에 아예 서명하지 않겠다고 미국을 거듭 압박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 무인기가 정오 직후 남부 헬만드주의 한 민가에 폭격을 가해 2살 어린이가 숨지고 여성 2명이 부상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아프간 민간인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프간 주둔 나토군은 다음날인 29일 성명을 내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내달 인도를 방문해 인도로부터 군사적 지원에 관한 확약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대미 안보협정에 자신의 요구를 담고자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도 방문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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