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中`방공구역 선포'로 신형대국관계 부담 인식"

한·미 외교채널 비공식 협의, 사태 심각성 공감

한·미 양국은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26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다음 달 초 조 바이든 부통령의 한·중·일 3국 방문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논의의 향배가 주목된다.

이날 한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 당국은 중국이 지난 23일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발표한 직후 외교채널을 가동, 워싱턴DC에서 미국측 당국자들과 잇따라 비공식 협의를 갖고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측 당국자들은 중국의 발표를 '일방적 조치'로 규정한 뒤 이에 따른 긴장 고조가 향후 미·중 양국의 현안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아울러 중국과의 이른바 '신형 대국관계'를 정립해 가는 과정에서 이번 발표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동시에 특히 이 지역이 미군 주둔지이자 작전지역인데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원칙도 훼손하는 조치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따로 관련 성명을 냈을 정도로 미국도 이를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이 상황 전개를 긴밀하게 주시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서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느끼는 이번 사태의 비중을 감안하면 바이든 부통령의 동북아 3국 방문 때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등 관련 당사국들은 특히 중국 정부가 이번 발표에 대해 약 30분 전에서야 사전통보를 한 데 대해 내심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다른 나라들도 방공식별구역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웃국가 등과 협의하면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설정, 운용해야 하는데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한·미·일 3국의 공식 협의 계획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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