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며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나온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박 대통령의 측근인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튿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뜻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윤 수석은 이 자리에서 “북한 세습정권, 통합진보당, RO, 정의구현사제단, 이들의 주장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주한미군 철수에서부터 한미동맹 해체,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정당화, 박근혜 대통령 사퇴 요구까지 “이들은 똑같은 주장을,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앙 뒤에 숨어 친북, 반미 이념을 가지고, 또 종교 제대 뒤에 숨어 반정부, 반체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종북의 길을 맹종하는 신앙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졌다.
윤 수석은 또 “민주당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이들의 주장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말씀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추상적인 언어가 윤 수석의 발언을 통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친북”과 “반미”, “반정부”, “반체제”, “종북의 길”로 구체화된 것이다.
심지어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관련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은 용납될 수 없는 도발”이라는 민주당의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종북 혐의를 물었다.
반면 윤 수석은 박 신부의 발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에 대해서는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신부의 연평도 발언과 그동안 사제단의 일부 주장을 근거로 전체를 종북으로 몰기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만만치 않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1974년 9월에 결성됐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후 유신헌법 반대와 긴급조치 무효 등 유신시대에 내내 정권과 대립했고 1987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 조작을 폭로해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에서도 역할을 했고, 이명박정부 때는 한미쇠고기협상 반대 투쟁에 나서는 등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제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40년 동안 일부 논란이 있는 사안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이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때 마다 종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매카시즘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사제단 종북몰이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