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번 협상 결과에 따른 각 행위자의 '정치적 대차대조표'다.
◇외교 해법의 성과…원유수입 아시아 국가들도 '희소식'
지난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의 '역사적인' 전화통화는 34년간의 외교적 냉각 상태를 깨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로하니 정부는 핵협상이 서방과 이란 모두 '윈-윈'에 이르는 길이라고 역설하며 적극적인 유화 공세를 펴 왔다.
그 결과 저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를 인정받으면서 경제제재 완화라는 실익까지 챙겼다. 이란이 이번 합의에 따른 제재 완화로 얻게 될 경제적 가치는 향후 6개월간 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핵 주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국내 강경파들에게도 면이 서게 됐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우라늄 농축권 포기를 '금지선'(레드라인)으로 못박은 바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등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인 아시아 국가들에도 이번 협상 타결은 희소식이다. 이들 국가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미국의 금융 제재 대상에서 면제돼 왔다.
이 면제 조처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며, 향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원유 수출에 관한 더 광범위한 제재 완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이란으로의 수출품이 드나드는 주요 통로이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도 교역 물량 증대 효과를 기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서방의 제재는 두바이에 대규모로 형성된 이란 이주민 커뮤니티에도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패자' 이스라엘·사우디…"이란 우라늄 농축은 정치적 재앙"
이번 협상의 가장 큰 패자로는 핵협상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 온 이스라엘이 꼽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 자체를 자국에 대한 '정치적 재앙'으로 보고 합의를 완강히 반대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협상 타결을 "실수"라고 칭하면서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란을 둘러싼 유화 분위기가 더욱 뚜렷해진다면, 이스라엘로서도 서방과의 관계 악화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를 저울질해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란의 역내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핵협상 타결을 원치 않았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인 이란의 핵개발을 극도로 경계한다.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걸프 국가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도 사우디의 걱정거리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화해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과 맞서는 '낯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동 내에서 서방의 입장을 실현하는 세력으로서 역할을 해온 이집트에게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이 역내 정치적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