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떨어진 6자회담 재개 논의…'상호 불신' 심화

9ㆍ19 공동성명 유용성 확인…휴지기 이후 관련국간 논의재개 가능성

한때 기대감이 일었던 북핵 6자회담 연내 재개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지난달 28∼29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미국 방문 이후 한 달 가량 진행돼온 관련국간 논의가 끝내 특별한 진전 없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중재안'을 제시하고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북미 간 현격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오히려 북한에 의한 미국인 '억류' 사태가 불거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내 대북 불신감만 증폭되고 말았다.

이른바 '6자회담 재개조건'을 둘러싼 관련국간 협의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중재안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등이 전한 것을 종합하면 중국은 7개항에 달하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북한의 관심사항 해결, 관련국 간 관계 개선ㆍ북미 상호 불가침 조약, 6자회담 산하 5개 실무그룹 가동 등이 핵심이었다.

중국은 또 6자회담의 최대 성과물로 평가되는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목표를 천명했던 9·19 공동성명의 실천방식인 '행동 대 행동' 원칙도 중재안에 담았다.

중국의 중재안은 미국은 물론 북한이 요구하는 사안들을 적절하게 배합한 내용으로, 의장국의 중립적 역할을 부각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이 그동안 요구해온 '선(先) 비핵화 조치'의 보장과 진정성 있는 행동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고, 그 결과 3국은 중국의 중재안에 냉담한 반응을 고수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국 측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 22일 서울 회동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나온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6자회담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중국의 중재노력을 외면했다.

결국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맞아 5년가량 가동이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이란 핵협상 진행과정에서 보듯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진 미국 정치권의 기류를 감안할 때 북한이 더욱 구체적이고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는 비핵화 행보에 나서기 전에는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북한에 의한 미국인 억류 사태는 미국 정부가 운신할 폭을 제한하는 악재가 되고 있다.

또 북한도 미국을 대화로 끌어들이려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도발 카드'를 구사할 경우 국면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가지 눈여겨볼 것은 중국 중재안의 기본 골격이 됐던 9·19 공동성명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은 물론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연말 연초의 휴지기를 거친 뒤 9ㆍ19 공동성명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설정한 관련국들 사이의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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