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 지갑 닫는다…소득 2.9% 늘고, 소비는 고작?

주거비 부담 증가에 먹을 것 줄이고, 부유층일 수록 소비를 줄여

경기가 점차 좋아지면서 가계 소득과 지출이 중산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부유층이 오히려 소비를 줄이는 등 불황형 흑자액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2.9%25 증가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5.4% 증가한 이후, 올해 1분기 1.7%, 2분기 2.5%에 이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지난 3분기 실질 소득 증가율은 1.6%에 머물렀다.

근로소득은 3.3% 증가했지만 재산소득은 정기예금 이자율 하락으로 12.7%나 감소했다.

◈ 소비지출 1.1%25 증가에 머물러

지난 3분기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49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1분기 -1.0%, 2분기 0.7% 등에 비해 점차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질 소비지출은 3분기에도 -0.1%로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갔다.

가계지출을 유형별로 보면, 주거와 수도, 광열비 지출이 6.4% 급증했다. 이는 전세 대신 월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실제주거비가 12.1%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줄었다. 주거비 부담 때문에 먹는 것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 총지출액은 33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올랐다.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치원비 지출은 44.6% 감소하는 등 정규교육 지출은 6.4% 감소했지만 학원과 보습교육 등 사교육비가 6.3%나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 의류와 신발 소비는 0.9%, 보건 3.6%, 교통 3.4%, 음식과 숙박 4.6% 각각 늘었지만 오락과 문화는 0.4%, 기타 서비스는 7.4% 감소했다.

◈ 미래 불확실성...일단 덜 쓰고 보자


통계청은 지난 3분기 우리 국민들은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를 주저하는 태도가 이어져,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45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1% 늘었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345만2천원에서 소비지출액 249만4천원을 뺀 가계 흑자액은 95만8천원으로 8.6% 늘었다.

하지만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72.2%로 1.4%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통계를 전국 단위로 낸 2003년 이후 역대 최저치이다.

이는 다시말해, 소비 능력이 충분한데도 소비를 하지 않고 지갑을 닫았다는 얘기이다.

◈ 부자일수록 소비 줄였다

평균 소비성향을 보면 소득 1분위는 3.3%포인트, 소득 2분위는 2.4%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최상위 계층인 5분위는 1.2%포인트 줄었고 4분위 -2.5%포인트, 3분위 -4.4%포인트도 감소했다.

부유층이 소비를 확 줄였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박경애 과장은 "가계가 소비할 여력은 있지만 소비를 자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득이나 소비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오상우 과장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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