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주일 한국대사관 이사 과정에서 발견된 이 명부는 1953년 제 2차 한일회담 준비과정에서 이승만 당시 정권이 회담 자료차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상 청구를 위한 일종의 근거 자료인 셈이다.
가장 분량이 많은 '일정시 피징용(징병 포함)자' 명부는 가장 오래된 원본 기록으로 추정된다. 생년월일과 주소 등 신상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그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해당 자료가 한국 정부 중에 주민들의 자진신고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란 점에서 피해 보상에 앞서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가 올해 말 활동 시한이 만료되는 만큼 관련 법정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3·1 운동과 간토대학살 피해자들이 명부에 포함돼 있는 부분은 한일 피해보상 문제에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간토대학살은 1923년 일본 대지진 발생 후 민중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조선인을 희생양 삼아 집단학살을 벌인 사건을 가리킨다.
이들 피해자는 그간 명부 자체가 아예 없어 배상 근거조차 마련할 수 없었다. 65년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에서도 배상 8개 항목 중 이들 피해자에 대한 부분은 없다. 정부가 추가 배상 요구를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기존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포괄적' 피해 배상이 마무리했다고 주장해온 만큼, 추가 배상 요구가 있을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방대한 양의 자료를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측에 추가 배상을 요구할 지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여론은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관련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여야에서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정부의 책임을 상기시켰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피해자 명부 발견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얼마나 나쁜 일을 했는가가 다시 한 번 나타난 것"이라며 "그 점을 일본 측에서 잘 인식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