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투표에서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62·여) 후보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으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1993년 이래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 1차투표로 승부가 결정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바첼레트가 이번 대선에서 칠레 선거사에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보수우파 에벨린 마테이(60·여) 후보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바첼레트의 독주를 막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오는 12월15일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린다. 결선투표에서는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바첼레트는 2006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한 차례 대통령을 지냈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유엔 여성기구(UN Women) 대표직을 맡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 후보로 나섰다. 누에바 마요리아는 사회당, 기독교민주당, 민주사회당, 급진당 등 4개 정당을 중심으로 중도좌파 정치세력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바첼레트의 첫 번째 집권 당시 집권 기반이던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이 더욱 확장됐다.
보수우파연합 '알리안사'(Alianza)의 후보인 마테이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알리안사는 마테이가 속한 독립민주연합(UDI)과 피녜라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개혁당(RN)이 주축이다.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부친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이 들어설 당시 공군 장성이었다. 어린 시절 둘은 자연스럽게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딸이 되면서 운명이 엇갈렸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1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1970∼1973년)을 무너뜨렸다. 당시 바첼레트의 부친(알베르토 바첼레트)은 아옌데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다가 옥사했다.
반면 마테이의 부친(페르난도 마테이)은 쿠데타를 지지했고 피노체트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번 대선이 피노체트 주도의 군사 쿠데타와 이후 군사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라는 의미가 있다는 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결선투표에서는 바첼레트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 칠레 공공연구센터(CEP)의 여론조사에서 바첼레트가 대통령궁 라 모네다(La Moneda)에 입성할 것이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