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장 출신으로 한국에 두차례 복무한 적이 있는 그리피스 전 차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소위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일단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역은 아니지만 미군 지휘부에 속했던 4성 장군 출신 인사가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피스 전 차장은 "미국은 현재 미군 기지를 전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문제는 미국 본토의 기지를 폐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으며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치인들은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문제보다는 지역구민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본토 내의 기지를 지켜내는데 신경쓰고 있다"며 "앞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압력이 미국 의회로부터 더욱 증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유럽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시킬 때에도 이 같은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며 "미국 정치인들이 본토내의 미군 기지를 보호하면서 그 대신 유럽에 주둔해온 미군을 철수하라고 압력을 가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예산을 특정한 목적 하에 감축할 수 있다고 보지만 동시에 우리의 결정적 국가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져서 '전략적 사고'를 해야할 시점"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아태 지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해왔고 태평양 지역에 결정적 국가이익이 있다고 본다면 주한미군이 하는 일을 섣불리 바꾸거나 감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피스 전 차장은 그러나 "정치인들이 전체 국가안보의 맥락에서 전략적 사고를 하고 국제적 책임을 충족하기보다는 돈을 절약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대로 가면 미군의 병력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전 차장은 "미군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초청에 따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상태"라며 "초청한 한국이 원하는 이상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하며 우리가 스스로 한국에서 걸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그런 맥락에서 전작권 전환은 반드시 연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피스 전 차장은 1960년대와 1980년대 두차례 한국에 근무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육군내 서열 2위인 육군참모차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