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그림을 좋아해도 100억대에 달하는 그림 모은 것은 예사롭지 않아
- 전두환 일가 그림, 비싼 것부터 비교적 싼 것까지 다양하게 포함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1월 15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홍경한 (미술평론가)
◇ 정관용> 검찰이 전두환 일가에서 미술품 600여점을 압류했고 다음 달쯤 공개매각 한답니다. 미술전문지 경향아티클의 편집장입니다. 미술평론가 홍경한 씨, 안녕하세요.
◆ 홍경한>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500점이라는 이야기 있고 600점이라는 이야기 있고. 홍경한 씨도 정확한 숫자는 모르죠?
◆ 홍경한> 네,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밝혀진 것만 그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정관용> 거기에는 골동품도 이런 것도 포함된 거예요? 그냥 순수한 미술품만 있는 게 아니고?
◆ 홍경한> 현대 미술품하고 고미술품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건 전두환 전 대통령 혼자서 한 것이 아니죠. 자녀들까지 다 수집한 거죠?
◆ 홍경한> 네, 맞습니다.
◇ 정관용> 한 집에서 이렇게 많은 미술품 수집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죠?
◆ 홍경한> 아니죠, 흔한 경우는 아니고요. 일반 가정에서 아무리 그림을 많이 좋아서 모은다 한들 수집 작품가 총액이 100억원을 넘는다는 건 예사로운 게 아니죠.
◇ 정관용> 왜 이렇게 많은 미술품을 구입해서 갖고 있었을까요?
◆ 홍경한> 글쎄요. 정말 좋아했든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든지.
◇ 정관용> 다른 목적 어떤 거요?
◆ 홍경한> 글쎄요. 지금 현재 검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비자금, 그쪽 분야겠죠.
◇ 정관용> 그러니까 미술품으로 사서 가지고 있으면 계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하지만 나중에 바로 또 현금화 할 수 있고 이런 걸 기대했다고 봐야 되겠죠?
◆ 홍경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옥션 두 군데 업체, 서울옥션하고 K옥션 공동 주관으로 공매한다는데. 원래 정부가 압류한 물품 할 때 이런 식으로 합니까?
◆ 홍경한> 원래 기존에는 국유재산 관리 그다음에 압류재산 공매 맡아온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고가의 작품이 다수 있고 또 미술품이다 보니까 전문성이 요구되고. 이런 미술품 특성상 적절한 금액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미술 전문 경매사한테 위탁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래야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이 말이군요.
◆ 홍경한> 제대로 금액을 받겠다 이거겠죠.
◇ 정관용> 공매한다는 것은 일반인 누구나 참여한다는 거죠?
◆ 홍경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절차가 그럼 어떻게 됩니까?
◆ 홍경한> 일단은 공매 일자가 발표되면요. 프리뷰를 먼저 거치고요.
◇ 정관용> 프리뷰?
◆ 홍경한> 네, 프리뷰를 먼저 합니다. 경매 일주일 전쯤에. 그래서 그때 실제 작품을 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그림을 보고 그림에 흠집이 있는지, 어떤 작품이 좋은지 판단한 다음에 경매일자에 응찰을 하면 됩니다.
◇ 정관용> 그 하나하나 당 예상 가격이나 책정 가격 이런 게 매겨집니까?
◆ 홍경한> 네, 매겨집니다. 일단 추정가하고 최저가가 매겨지고요. 그것을 참고한 자료를 통해서 적정금액을 제시하면 됩니다.
◇ 정관용> 그 추정가나 최저가는 누가 매겨요?
◆ 홍경한> 일단 기탁자랑 그다음에 경매사랑 그다음에 시세를 고려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산출이 됩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번의 경우에 기탁자는 대한민국 검찰이 될 거고.
◆ 홍경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경매사는 서울옥션, K옥션이 협의해서 가격을 매긴다?
◆ 홍경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지금 500점인지 600점인지 하지만 언론보도 상으로는 한 100억 선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아주 고가만 다 모은 건 아니라고 봐야 되겠네요?
◆ 홍경한> 실제로 어떤 작품이 지금 현재 경매로 나오는지 다 밝혀지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마는. 아마 고가의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이고요. 이것저것 아마 다양하게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지금 제가 기사에 사진까지 있는 미술 소장품들 목록을 보니까 이대원 화백의 ‘농원’?
◆ 홍경한> 네.
◇ 정관용> 이게 어떤 그림이고 얼마쯤 가는 거예요?
◆ 홍경한> 농원은 사실 120호 정도. 한 1, 2m 정도 되는 크기인데요. 뭐랄까, 생전에 이대원 화백께서 주말이면 파주에 있는 농원에 자주 갔어요. 그리고 거기서 농원 그림들을 다수 그렸습니다. 이 작품도 그 중의 일부고요. 가격은 한 2억원에서 높게는 한 4억원대? 이렇게 추산이 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또 굉장히 유명하신 화백들. 김환기 화백의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천경자 화백의 ‘여인’. 이런 건 또 얼마짜리쯤 됩니까?
◆ 홍경한> 김환기 화백의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모두 석 점 정도가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경매에 오를 예정인 작품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것 같지는 않고요. 만약에 그것이 유화이고 100호가 넘는 정도의 크기라면 최소 수억 원은 할 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판화라든가 기타 유화가 아닌 작품이라면 아마 100분의 1 가격도 안 될지 몰라요. 그리고 천경자 화백이라든가 오치근 화백 이런 작가분들의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가 이제 사진작품으로 등장을 했는데. 아무리 높게 잡아야 사진이라는 특성상 수백만원 대에 머물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외국 작품으로는 중국의 유명한 장 샤오강, 혈연 시리즈. 이건 굉장히 비싼 것 아닌가요?
◆ 홍경한> 그런데 이거는 밝혀졌는데요. 판화라고 합니다.
◇ 정관용> 판화예요?
◆ 홍경한> 네. 그래서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는 맞는데요. 유화가 아니고 판화이기 때문에 사실 금액은 그렇게 변변치 않고요. 다른 작가. 예를 들어서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 이탈리아의 밈모 팔라디노. 이런 작가들 같은 경우도 그것이 오리지널 유화작품이라면. 프란시스 베이컨 같은 경우라면 수십억에서 수백억도 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 홍경한> 네. 그런데 판화이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가격은 한참 떨어지는 편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오리지널 유화작품이 아닌 게 많군요?
◆ 홍경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대원 화백님의 농원을 자꾸 언론에서는 대표작품처럼 보도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데미안 허스트도 굉장히 유명한 현대 미술가 아닙니까?
◆ 홍경한> 네. 영국이 낳은 YBA,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의 대표주자죠? 작품 한 점당 1000억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판화이기 때문에 1, 2000달러 정도 선에서 거래가 되는 정도입니다.
◇ 정관용> 1000달러, 2000달러.
◆ 홍경한> 네.
◇ 정관용> 그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의 거장으로 꼽히지 않습니까?
◆ 홍경한> 네.
◇ 정관용> 진품이라면 이거 정말 비싼 것 아닙니까?
◆ 홍경한> 고미술 전문가들의 감정가격으로는 한 6억에서 7억? 그 이상도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만약에 이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전두환 씨 일가나 친인척, 전두환 씨를 잘 아는 지인들이 다시 사게 될 수도 있잖아요.
◆ 홍경한> 이미 과거에 한번 있었죠. 과거 지지자들이 자동차 같은 것을 죄다 낙찰 받아서 다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돌려주는 아주 황당한 일도 있었죠. 하도 희한한 일이 많은 우리나라다 보니까 그런 일이 없다고 보장은 못하죠.
◇ 정관용> 그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 홍경한> 없습니다.
◇ 정관용> 없어요?
◆ 홍경한> 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누가 낙찰 받았는지는 다 공개됩니까?
◆ 홍경한> 비밀에 부칩니다.
◇ 정관용> 비밀이에요?
◆ 홍경한> 네.
◇ 정관용> 그럼 알지 못하겠네요.
◆ 홍경한> 이제 특수한 경우. 예를 들어서 검찰조사가 있다거나 이렇게 자료요청을 하면 세금계산서를 끊고 하니까 어느 정도 증빙자료가 남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어도 원래는 안 됩니다.
◇ 정관용>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홍경한> 네.
◇ 정관용> 미술전문지 경향아티클의 편집장 미술평론가 홍경한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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