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 수사 과정의 '보고 누락'및 '수사 방해'에 대한 감찰 내용을 심의한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감찰위)는 조영곤 지검장의 수사 외압 발언과 관련한 자료를 감찰본부에 2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감찰본부는 이를 거부했다.
한 감찰위원은 14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28일 감찰위 소회의 때 감찰본부가 조 지검장의 수사외압 관련 발언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제공하지 않아서 손봉호 감찰위원장이 '국정원 사건 추가 수사 과정에서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고 발언했다는 의혹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손 위원장의 요구에 감찰본부는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료를)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며 "8일 전체회의에서 받은 자료 역시 관련 자료가 빠져있어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손봉호 감찰위원장도 다른 메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감찰위원들의 요청이 있을때 대검 감찰본부가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감찰위 운영 내규를 어긴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규정(예규)'에 따르면 감찰본부는 감찰위가 요구하는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한다. 운영규정에 따르면 감찰위는 비위 검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수 있다.
감찰위원들의 이 같은 설명은 지난 11일 감찰 결과를 발표한 감찰본부 측 설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감찰본부는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는 발언에 대해 ‘조 지검장은 부인’,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은 '해당 발언이 있었다', 당시 동석한 박형철 국정원 특별수사팀 부팀장은 부인하지 않았다는 등 수사 외압 의혹과 관한 모든 정보가 위원들에게 제공된 상태서 감찰위가 열렸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감찰본부는 "그렇다"고 답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또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 박형철 부팀장의 서면질의서 등 감찰 기록이 상당히 두꺼워 모두 제공하지 못하고 내용을 요약해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감찰대상자들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사외압 관련 자료는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감찰본부가 수사외압과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감찰위의 논의가 계속 진행됐다면 대검 감찰본부의 발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대검 감찰본부가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자료제공을 꺼린 것은 감찰위 결정을 의도한대로 이끌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감찰위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감찰위 결정을 따라야하고, 감찰위의 정확한 결정을 위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며 "내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기 때문에 감찰본부의 결정은 위법하고 감찰위가 다시 열려 심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