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 핵협상 합의 불발 책임공방

케리 "이란이 거부"…자리프 "모순 발언, 신뢰 해쳐"

최근 제네바 핵협상의 합의 불발을 놓고 이란과 미국의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기자회견에서 제네바 핵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이란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토요일(9일) 이란에 마지막 제안을 할 때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사이에 이견은 없었다"며 "이란이 당시에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란 TV 토크쇼에 출연한 그는 전날 케리 장관을 겨냥해 "모순되는 발언은 계속해서 입장을 바꿔 믿음을 저버리는 사람의 신뢰도를 해칠 뿐"이라면서 "대화의 목적은 신뢰 부족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 7∼9일 사흘간 제네바에서 진행된 핵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지난 9일 케리 장관과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의 11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이란 측이 수용할 수 없는 P5+1 측의 제안이 나왔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케리 장관과 면담에서 파비위스 장관은 초기 합의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 보장에 대한 일말의 여지를 포함하지 말 것 △(아라크) 중수로 건설 중단을 포함할 것 등 2개의 요구 사항을 관철했다.

이렇게 마련된 P5+1 측의 최종 제안은 9일 오후 10시 50분께야 이란 측에 전달됐고 자리프 장관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 보장을 포함하지 않은 이 제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결국 10일 새벽 0시 10분께 양측은 오는 20일 제네바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협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 모두 앞으로의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합의 도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케리 장관은 아부다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수개월 안에 모두가 만족하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아직 일부 입장 차이가 남아 있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좁아졌다"고 말했다.

영국과 이란 양국이 지난 11일 비상주 대리대사를 각각 임명하며 외교 관계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무엇보다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로드맵에 합의하고 중부 아라크 지방에 건설중인 중수로와 남부 반다르 압바스 가친 우라늄 광산의 사찰을 허용키로 한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란과 IAEA의 전날 합의에서 제외된 파르친 군사기지의 사찰 문제는 제네바 핵협상 합의 불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 허용 문제와 함께 향후 협상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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