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가 문제의 핵심인 외압 여부는 감찰을 외면한채 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 수사팀 징계에만 나서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11일 "윤석열 전(前) 특별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 대해 지시불이행 등 비위혐의가 인정 돼 법무부에 징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검사에 대해서는 부당지시 등 비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종결했다.
지난 8일 개최된 감찰위원회 전체회의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 대해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영장 청구, 공소장변경 신청과정에서의 지시불이행 등 비위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찰본부의 해명이 허점투성이어서 특별수사팀을 겨냥한 편파 감찰이라는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 여부 판단할 수 없다?
이번 감찰의 단초는 지난달 21일 서울고등지방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있었던 윤 지청장의 작심 발언으로부터 시작했다.
당시 윤 지청장은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기 전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충분히 보고를 했으나 조 지검장은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낸 뒤 해라, 우리 국정원 사건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 지청장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도 조 지검장에게 4차례에 걸쳐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은 "사적인 대화를 했을 뿐 정식보고가 아니었다"며 "식사후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아 이를 깊이 검토하자고 돌려보냈다"고 상반된 진술을 내놓았다.
결국 윤 지청장이 주장한 "야당 도와줄 일..."발언 등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가 감찰의 중요한 관건이었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 부분에 대해 "두 사람이 워낙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진술이 맞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외압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윤 지청장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난다면 항명에 대한 징계는 피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외압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팀장과 부팀장에게만 징계를 내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는 지적이다.
◈ 외압 여부 밝힐 의지는 있었나?
조영곤 지검장의 외압 여부를 밝히는 것은 국정원 수사결과뿐만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활동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윤 지청장과 조 지검장등 당사자들에게 요구한 1회의 서면답변서 제출과 전화를 통한 조사가 조사활동의 전부였다.
감찰본부는 "의혹당사자들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려 외압 여부의 판단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면서도 당사자들의 소환이나 대질심문은 한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다.
윤 지청장이 상부에 보고하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수사정보가 새나간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윤 부대표가 어떻게 수사정보를 입수했는지 당사자에게 전화 한통 걸어보지 않았다.
감찰본부가 외압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는 의혹은 감찰 시작때부터 제기됐었다.
조 지검장이 국정감사 다음날 사상초유의 '셀프감찰'을 언론에 공개하자마자 대검이 국정원 수사과정 전반에 대한 감찰착수를 선언하면서 이번 감찰이 수사팀의 항명을 겨냥한 '표적감사'라는 의혹은 계속됐다.
◈ 일방 진술에 근거한 편파 감찰
감찰본부는 윤석열 지청장이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데 대해 "밤늦게 한참있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사안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 하니, 검사장이 '다음에 검토하자'고 답한 것인데 그 정도를 부당하다고 보기는 부족하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지시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로 조 지검장 일방의 진술을 들이댄 것이다.
반면 윤 지청장 측의 주장은 하나같이 '확인이 불가능하다'거나 '중요치 않다'는 말로 얼버무려졌다.
윤 지청장이 밤늦게 조 지검장의 자택을 찾아가 보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식 보고로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자리에서 조 지검장이 '다음에 검토하자'고 말한 것은 지휘자의 정식지시로 판단하는 모순을 보여주기도 했다.
◈ 석연치 않은 감찰위원회 의결
통상 검사들에 대한 징계는 대검 감찰위원회가 의결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권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특별수사팀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감찰위원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채 위원들의 개인의견이 그대로 총장직무대행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지청장 등에 대한 징계 결정에 일부 감찰위원들이 난색을 표명한 사실도 전해졌다.
하지만 감찰본부는 "위원 다수가 징계에 동의했다"며 이는 의결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감찰 과정의 부실과 결론의 편파성이 수없이 드러나면서 검찰 내부의 반발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김선규 검사가 감찰결과 발표 전날 국정원 수사팀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리는등 표면적인 반발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도 감찰결과에 대한 대대적인 성토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검찰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