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년 동안 여러분들 수고도 많이 하셨지만 그 성과가 지대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뜻하신 바를 이루었습니다. 국방부는 군사대결 업무를 하지만 이념대결 업무를 어디서 합니까? 따라서 제가 2년 동안 국가보훈처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함양시켜서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보훈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했는데, 제가 보니까 국가보훈처가 이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서입니다."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1,411회의 '나라사랑교육' 등의 안보교육이 사실상 보수진영의 '이념전쟁'이었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박 처장 스스로도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7차례나 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왕성한 안보교육을 벌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를 파악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확보한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준수에 관한 협조요청' 문건을 보면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22일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공문을 보낸 것으로 돼 있다.
2011년 9월 29일 '한국발전연구원' 주최 조찬강연에서 박 처장이 한 강연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 처장은 강연에서 "지난 정부에서 북한의 연방제 통일을 인정했다"거나 "지금까지 정치인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의 국가관과 안보관을 보고 선택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는 등의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또 "우리 국민들이 판단을 잘못하기 때문에 안보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의 당면위협이 누구인가?"라며 청중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이를 문제시하고 앞으로도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있는 경우는 선거중립 의무 위반 우려가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는 협조공문을 박 처장에게 보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러나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것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의도에서 한 발언이 아니라고 판단해 권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경협 의원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박 처장은 올해 초 자신의 대선개입 의혹 활동이 '선제적 보훈'이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며 "이는 선관위의 경고 정도는 당초부터 안중에도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고 따라서 선관위는 송방망이 경고로 박 처장의 대선개입을 방조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선관위가 박 처장의 특강 내용을 이후에 계속 감시하기는 물리적으로 한계 있었다.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사이버 선거관리를 대폭 축소 운영하는 등의 선거관리 위축으로 전체 예산 8,121억원 가운데 9.6%인 779억원을 쓰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활동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