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종목은 우리나라의 취약분야이기는 하지만 동계올림픽 전체 메달 가운데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종목이어서 더욱 충격이 크다.
더구나 윤 회장은 스키협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대의원들의 반발로 총회가 무산되는 등 어렵게 회장직에 오른데다, 회장 취임 7개월만의 사의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회장의 사의배경에는 취약종목인 스키에 대한 홀대와 동계올림픽 단장에 선임되지 못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대한체육회는 소치 동계올림픽 D-100일을 맞아, 출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를 비롯해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참석했는데, 스키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단 한명도 초청받지 못했다.
가뜩이나 메달권에 근접하지 못해 관심밖에 머물러 있는 스키종목 선수들로서는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동계올림픽 단장마저 김재열 빙상연맹회장이 선임되면서, 스키협회 측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스키종목의 불만과 함께, 삼성과 태영 두 재벌 2세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재열 회장은 잘 알려진대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위이자, 동아일보 고 김병만 전 회장이 아들이고, 윤석민 회장은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의 아들이다.
올림픽 단장은 그 나라의 대표선수단을 인솔하고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일뿐 아니라, 국제스포츠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동계올림픽 단장 선임은 두 재벌2세간의 스포츠 무대 데뷔 경쟁라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스키협회에서는 동계올림픽 단장은 빙상과 스키가 번갈아가면서 맡아 왔다며, 지난 2010 대회에서 빙상연맹측이 단장을 맡은 만큼 당연히 스키협회가 단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이 급박히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키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윤석민 회장이 대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키협회 회장에 취임한 것은 동계 올림픽 단장이라는 자리를 기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단장에 선임되지 않자 이에대한 불만으로 회장직을 그만 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대한체육회에선 스키협회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단장의 선임은 전적으로 대한체육회장의 권한이며,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선임 됐다"고 밝혔다.
또한 스키와 빙상이 번갈아 가면서 단장을 맡아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92년과 94년에는 잇따라 빙상연맹회장이 단장을 맡은 바 있고, 과거에는 KOC위원, KOC부위원장이 단장을 역임하는등 빙상과 스키회장이 번갈아 단장을 맡은 관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94년부터 2010년까지 5차례나 빙상과 스키연맹회장이 단장을 번갈아 해 온 점을 감안할때, 스키협회의 주장이 무리한 주장만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의 단장 선임 절차 역시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체육계에서는 동계올림픽 단장 선임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국내 스포츠계가 아직도 개혁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