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로 더 비싼 방"…출산 필수코스된 산후조리원

부산 28곳 산후조리원 대부분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 꽉 찬 상태

현대사회 산모들 사이에서 산후조리원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아기를 출산한 직후 산모들의 건강을 돌봐주는 산후조리원은 부산에서도 절반 이상의 산모들이 이용할 만큼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일반실을 이용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드는 게 현실인데, 이마저도 예약이 꽉 차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특실로 입소하는 경우가 허다해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산모전용 스파와 뷔페식 식당, 마치 호텔 객실을 연상케 하는 부산의 한 산후조리원 요금은 저렴한 방이 2주 기준으로 189만 원, 비싼 방이 마사지 옵션 등을 포함하면 7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예비 엄마들의 눈길을 끄는 깨끗한 시설과 산후 치아관리, 필라테스 등 고급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이 산후조리원은 이미 내년 3월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이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저출산 시대임에도 부산시 내 28곳의 산후조리원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시내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산모는 하루 468명으로, 대게 1~2주 정도 입소하는 것으로 볼 때 한 달 평균 1천400명이 넘는 여성이 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산 한 달 평균 출생아 수 2천 3백여 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기본 입원실만 하더라도 평균 160만 원에 달하고 마사지와 같은 추가옵션이 붙으면 3백만 원에 육박해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달 25일 부산진구의 한 조리원에 입소한 정모(30·여) 씨는 "옵션인 부종관리와 같은 마사지는 대부분 산모들이 받고 있어 사실 안 할 수가 없다"며 " 두달치 남편 월급을 2주 만에 다 쓰고 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부분 예약이 꽉 차 있어 일반실보다 60~70만 원이나 더 비싼 특실을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바로 입소할 수 없어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1월 중순 출산 예정인 러시아 새댁 마가리타(28·여)씨는 "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출산문화 같다. 러시아 친정 식구들이 조리원에 들어간다니까 깜짝 놀랐다"며 "더구나 일반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방을 예약해놨다"고 말했다.

분만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져 정상 분만의 경우 비보험 진료를 제외하면 본인부담금이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를 출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산후 조리원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공공산후조리원 하나 없는 부산에서 산후조리원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산모는 출산과 동시에 차별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가정에서의 산후 조리를 택하더라도 가족의 뒷바라지가 힘들어 산모 도우미를 고용하면
그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산후 조리원 입소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고쳐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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