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일본 집단 자위권 추진에 이해 표명한 속내는

"중국 대항마로 군사력 족쇄 풀어줄 필요…양국 협력 분위기 조성 고려도"

러시아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에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연석회담(2+2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국가 안보 및 방어 확보와 관련한 일본 입장의 새로운 요소에 대한 해명에 만족하며 이같은 해명을 양국 관계의 개방성 확대 및 신뢰 구축을 위한 기여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2+2 회담에서 일본 측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 중인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노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일본이 적극적 평화주의 정책(집단 자위권 행사)을 자국 헌법에 명시된 평화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가운데 추진할 것임을 확실히 했다"며 원칙적으로 일본의 정책 변화를 이해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일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앞서 하루 전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양자 회담 뒤 러시아 측이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집단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외부의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역대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 자위권이 있지만 헌법상 행사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고수해 왔지만 아베 총리는 이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달 미국, 영국 등으로부터 잇따라 지지 표명을 받아낸 바 있다.

과거 러-일 전쟁 등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는 러시아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추진에 이해를 표명한 것은 양국 간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고 가속화하는 아태 지역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집단 자위권 부정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한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3기 정권이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을 위해 일본의 기술 및 자본 투자를 요청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이 극동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공장 건설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다.

이같은 협력 기조 유지를 위해 러시아로선 아베 정권이 당장 북한의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집단 자위권 확보 노력에 일정 수준의 공감을 표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항마로 일본 군사력의 족쇄를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2차 대전 종전 후 국제관계가 크게 변화한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끝까지 제한할 국제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 전문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법적 결과물인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에도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며 "전범국 일본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지속적으로 제한할 법적 근거가 탄탄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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