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29·여) 씨는 혼수품으로 사온 밥솥만 보면 속이 끓는다.
지난해 10월 체험단으로 밥솥을 사올 때만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시중가격으로는 60만 원이나 하는 밥솥을 이벤트 가격인 30만 원에 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사용한 밥솥이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밥이 설익는가 하면, 뚜껑은 색이 변하고 손잡이 주변에 녹까지 슬었다.
그러던 지난달 19일. 김 씨는 남편이 부르는 소리에 주방으로 달려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창 밥을 짓고 있는 밥솥 양옆으로 수증기가 날개처럼 솟아오르며 새어나오고 있던 것.
그동안 김 씨 부부는 취사 버튼을 눌러놓으면 밥이 잘 지어질 줄로만 믿고 집안일을 하느라 김이 새는 줄도 몰랐다. 뒤늦게 밥솥을 살펴보니 뚜껑에 달린 패킹 커버가 깨져서 그 틈으로 김이 새어나왔다.
곧바로 고객센터에 신고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던 김 씨는 인터넷에서 쿠첸 소비자 카페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카페에는 김 씨처럼 "김 새는 밥솥을 샀다"는 항의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김 씨는 "불량품에 대한 항의가 빗발쳐서 기존 플라스틱 커버를 대체할 알루미늄 커버가 새로 나왔지만, 고객센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카페 글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한참을 요구한 뒤에야 알루미늄 커버로 교체받을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김 씨는 "알루미늄 커버로 바꿨는데도 계속 김이 새고 있다"며 "기존 부품도 아니고 개선한 새 부품으로 바꿔도 김이 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파주에 사는 김모(40) 씨도 리홈 쿠첸 밥솥을 샀다가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김 씨는 지난 8월 중순 밥솥을 샀지만 지난 10월 김이 새기 시작, 한 달 사이에 2번이나 커버를 교체했다. 하지만 여전히 김 새고 있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수리하러 온 AS기사는 "커버가 100번 깨져도 환불은 절대 안 된다"며 "개선된 알루미늄 커버는 최대 10인용인 밥솥용만 나왔기 때문에 최대 6인용인 밥솥은 계속 기존 플라스틱 커버로 교체해야 한다"며 계속 구형인 플라스틱 커버로만 교체했다.
김 씨는 "소비자 카페에 불량품을 하소연하는 글이 워낙 많아서 경쟁회사가 비방글을 올린 줄 알았는데, 결국 내 밥솥 커버도 깨졌다"고 하소연했다.
"회사가 제품 하자를 인정해서 개선품을 내놓은 셈인데도 무상보증기간인 1년이 지나면 커버가 깨질 때마다 돈을 내고 부품을 바꿔야 할 상황"이란 얘기다.
실제 리홈 쿠첸 소비자 카페를 살펴보면, 커버 결함으로 김이 샌다고 항의하는 글만 지난 7월부터 수백 건이 작성됐다. 이 중에는 제품을 구매한 지 2주만에 김이 새는가 하면, 4번이나 수리를 받아도 김이 샌다는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리홈 쿠첸 측은 "지난 8월부터 불량신고 접수량이 늘어나 알루미늄 커버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며 "다른 회사도 플라스틱 커버를 사용하는 만큼 제품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이어 "금속과 플라스틱이 맞닿아 있으니 플라스틱 커버가 깨질 수 있다"면서도 "모든 제품이 깨진 건 아니지 않느냐.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는 보지 않아 리콜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현장에 새 커버가 도착하지 못해 플라스틱 커버로 교체됐을 수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알루미늄 커버로 제공할 것"이라며 "무조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등 고객센터에서 잘못 응대한 사례가 있다면 내부조사를 거친 뒤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알루미늄 커버로 바꿔도 계속 김이 새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에 제품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더구나 무상보증기간인 1년이 지나면 돈을 들여 부품을 바꿔야 하는 만큼, 언제 김이 샐지 몰라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