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석 교수 압수수색은 신(新)막걸리 보안법"

경찰, 2002년 구입 미술품, 연구용 자료 등 압수...강 교수 “황당”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강대석 전 철학과(대구 카톨릭대) 교수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이 학자나 예술가들의 자기 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30일 대전 민중의 힘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소속 수사관들은 29일 오전 9시부터 10시간 동안 국가보안법 관련 혐의로 대전 동구에 위치한 강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2002년 중국 연변대학 교환교수 시절 연변의 한 상점에서 북한 그림과 도자기 등을 구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인 상점 주인 부부와 접선했다는 것.


이 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들의 지시를 받아 이적 활동을 펼쳤으며 소장한 일부 자료 가운데에도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것이 포함됐다는 게 경찰이 강 교수에게 제시한 압수수색 이유다.

하지만 강 교수는 “경찰의 주장은 해당 상점이 북한과 연관되어 있고 내가 그 곳에서 작품을 구입했으니까 내가 북한과 연관됐다는 논리”라며 “상점에서 구입한 것은 산수화와 도자기 등에 불과하고 소장하고 있던 자료 역시 연구용으로 경찰이 말하는 북한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점 부부가 북한 공작원이 맞는지조차 잘 모르겠고 경찰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전 민중의 힘 등은 이 날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학문의 영역까지 국가보안법 틀에 가두려 하고 있다”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적 폭력으로 강 교수에 대한 마구잡이식 공안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학문적 연구 결과를 사법적으로 재단할 경우 진리 추구는 사라지고 체제 정당화 기능만 남게 된다”며 “결국 학계 뿐 아니라 작가와 예술가들의 표현과 상상의 자유를 억누르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신(新)막걸리 보안법’ 시대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또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등 국제사회도 대한민국의 독재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한 참석자는 “강 교수가 출판을 앞둔 소설을 검토해달라며 최근 지인에게 이메일로 전송했는데 경찰이 메일을 내사해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라면 앞으로 많은 작가들의 저술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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