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 12월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를 2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집주인은 전세를 올려주지 못하면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전세든 월세든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인 것은 똑같다. 빚을 더 낼까도 생각해 봤지만 혼수 준비로 많은 대출을 받은 상태. 두 사람은 32년 간의 서울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씨는 "앞으로 집 때문에 가슴 졸이며 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8.28 전ㆍ월세 부동산 대책'을 통해 내집 마련을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0월 7~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현재 집을 구입하기 좋은 시기인가'를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30%가 '좋은 시기', 49%는 '좋지 않은 시기'라고 밝혔다. 21%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집 구입 여부에 부정적인 셈이다.
주목할 것은 주택구입 가능성이 큰 중년층과 무주택자의 응답이다. 30대(60%)와 40대(57%)에서는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응답률이 높았다. 무주택자의 67%도 '좋지 않은 시기'라고 했고, 유주택자는 39%가 '좋지 않은 시기'라고 응답했다. 반면 50대의 경우 '좋은 시기'와 '좋지 않은 시기'가 각각 35%, 39%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60세 이상은 '좋은 시기'라는 답변(35%)이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응답(22%)보다 많았고, 4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번 조사가 시사하는 점은 '8ㆍ28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여 만에 여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8ㆍ28대책 발표 직후인 9월 초 설문결과와 비교하면 '좋은 시기' 응답은 4%포인트 줄었다. 반면 '좋지 않은 시기' 응답은 7%포인트 늘었다. 특히 40대(39%→57%)와 50대(25%→35%)에서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의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셋값 전망에 대해선 54%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 반면 '내릴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다. 21%는 '변화 없을 것',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 4명 중 3명이 앞으로 전셋값이 더 오르거나 지금과 같은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전월세시장은 거래량이 꾸준히 줄고 있지만 전세금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10월 23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월세 거래량은 총 30만8632건으로 2분기(35만300건)에 비해 13.5% 줄었다. 2분기 거래량도 1분기(37만8463건) 대비 8.03% 감소했다. 828대책 후속 조치인 취득세 영구 감면 시기와 소급 적용 범위 등이 연기된 데다 전세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은 탓이다. 정부의 8ㆍ28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