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1965년 남침 준비…中에 파병 요청"

런민대 교수 中외교문서서 확인 주장…학계 "실제 감행은 어려웠을 것"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65년 제2의 남침을 준비하며 중국에 파병을 요청한 사실이 중국 외교문서에서 확인됐다고 중국 학자가 밝혔다.

국내 학자들은 김 주석이 6·25 전쟁 이후 수차례 남침 의도를 보여주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를 감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런민대 교수는 24일 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국제학술회의 토론문에서 김 주석이 1965년 북한 주재 중국 대사에게 "북한은 조만간 전쟁을 일으킬 것이며 이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전쟁을 하게 되면 중국에서 군대를 좀 파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 교수는 기밀 해제된 중국 외교부 문서 '북한 주재 조선인민공화국 대사 하오더칭의 김일성 주석 담화 현장'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 주석은 하오 대사에게 "전쟁을 하지 않고서 이 문제(분단)를 해결할 수 없다"며 "남조선 인민들은 계급투쟁이 고조되고 갈등이 증대돼 전쟁을 할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청 교수는 "1960년대가 사실상 북한이 최후의 수단으로 다시 무장통일을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시기였으나 김일성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며 북한이 무력통일의 '역사적 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김 주석이 중국 측에 제2의 남침 의도를 드러낸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주석은 1975년에도 중국을 방문해 '남조선 해방'을 위한 군사적 행동을 역설하며 중국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사실이 옛 동독 외교문서에서 확인된 바 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일성이 1960∼1970년대 남침을 거론한 것은 중국의 불안을 자극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대남 도발로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북 지원을 끌어내는 패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김일성이 1960년대 초 한일협상 반대 시위 등 남한의 정국 불안을 남침 기회로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주한미군이 배치된 상황에서 전면전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샤오허 교수는 남한이 독일식 흡수통일에 나설 경우 중국이 이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청 교수는 "중국은 평화, 신속, 자주, 충격 내재화(자체 흡수)로 일컬어지는 독일의 흡수통일 방식이 결코 나쁜 방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통일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는 불편한 상황이 오더라도 이같은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석하는 발언도 나왔다.

피터 벡 미국 아시아재단 한국 대표는 "미국의 한국 연구자들은 한반도 통일이 미국에 이익이라는 점에는 거의 모두 동의한다"면서 "다만 통일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북한의 불량한 행태에 맞섬과 동시에 효과적인 관여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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