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보낸 아들 그리워 글 깨우친 '절절한 모성'

청양군 김종희 할머니 "든든했던 장남에게 편지 보내고 싶어"

"먼 훗날 아들을 만나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렵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 사는 김종희(66) 할머니는 경찰관이었던 든든한 장남을 가슴에 묻은 채 4년째 살고 있다.

김 할머니의 두 아들 중 첫째인 표상선 경사는 지난 2009년 6월 12일 오후 6시 18분께 청양 장평면 미당삼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야간근무 출근길이었다.

"맛있는 거 사 드시라며 3만원을 주고 집을 나섰다"고 장남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 김 할머니는 24일 "어디를 가도 아직 (장남)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는 생전 장남의 모습을 '아들이자 딸이자 친구이자 신랑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장을 하거나 동네 마실 갈 때, 집에서 밥을 먹거나 TV를 볼 때 항상 손을 한 번씩 붙잡아 줬다고 했다.

"언제나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던 아들이 다시 올 수 없는 그 먼 길을 어떻게 떠났는지 아직 믿어지지 않아요."

김 할머니는 장남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편지를 써주는 것이다.

그러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일에 치여 살던 김 할머니는 까막눈에 가까웠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탓에 기본적인 글자 외에는 제대로 읽고 쓸 줄 몰랐다.


"이전에는 살면서 이름 석 자 외에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는 김 할머니는 "예전에 장남이 가끔 가르쳐 줄 때 열심히 배우지 않은 게 더 한이 됐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2월 김 할머니에게 배움의 기회가 생겼다. 청양군 '찾아가는 초롱불 문해(한글)교실'이 마을에 문을 열면서부터다.

매주 두 차례 2시간씩 이어지는 수업에 김 할머니는 열심히 참석했다. 8개월여 만에 초등학교 4∼5학년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김 할머니를 가르친 표선명(54·여)씨는 "모든 학생님들(문해교실서 부르는 호칭)이 다 열심히 하셨지만 특히 (김 할머니) 열의가 대단했다"며 "행여 수업에 늦는 날에도 숙제는 꼬박꼬박 잘해 오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8일 칠갑산휴양림에서 열린 '2013 청양군 문해백일장 대회'에도 참가했다.

여기서 김 할머니는 태어나서 처음 글로써 아들을 추억했다.

'갈 수 없는 나라에 사는 내 아들'이라는 제목의 석 장짜리 글에는 장남을 잃은 김 할머니의 슬픔이 오롯이 담겨 있다.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는 김 할머니의 심정은 심사위원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여인선 청양군청 성인문해교실 담당관은 "심사하기 위해 글을 읽은 대학교수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며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에 다들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장남에게 편지를 더 많이 보내고 싶어요. 전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말이 아직 가슴 속에 많아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 김 할머니는 대상을 받은 글과 상장을 들고 장남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다. 직접 지은 글 전체를 장남에게 처음으로 읽어주고 싶어서다.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사는 곳도 모르고 주소도 모른답니다…갈 수 없는 머나먼 곳 그리워서 목이 매여(메) 우는 심정을 느끼고 함께 하며 늘 제 곁에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라는 대상을 받은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아들에게 들려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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