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제재에 잠시 주춤했던 휴대폰 보조금 시장이 10월을 넘어서면서 다시 솔솔 고개를 들고 있다.
주말을 중심으로 과다한 보조금 지급이 속속 포착되고 대놓고 페이백(일정 금액을 통장에 넣어주는 방식)을 약속하는 판매점도 늘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최근 기류를 반영한 듯 주말에 개통하라고 귀뜸까지 할 정도다.
◈ 반짝 보조금 '솔솔', 이통사 보조금에 대리점 자체 펀딩도
10월 들어서자마자 할부원금 17만원짜리 갤럭시S4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술렁였다.
10월 첫 주말인 5일~6일 이틀간 하이마트와 리빙프라자, 전자랜드 등 대형 양판점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갤럭시S4(출고가 89만9,800원) 할부원금이 17만원까지 내려갔다.
법정상한인 27만원을 크게 초과한 70만원이 보조금으로 풀린 셈이다.
당장 방통위가 진상파악에 나서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일부 예약내용을 취소하고 전산을 막아서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던 보조금은 한글날(9일)과 주말을 거치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10월9일~14일까지 번호이동 건수는 2만9,200건으로 방통위가 시장과열 기준으로 잡는 2만4,000건을 크게 넘어섰다.
10월 첫째주 평일 평균 번호이동건수가 1만 5,000건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치솟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 시내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이통사 보조금은 물론 자체 보조금을 더 얹혀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판매점 직원 A씨는 "번호이동을 하면 삼성 갤럭시S4는 51만원, 팬택 베가넘버6는 55만원까지 보조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최초로 출시된 풀HD 전략폰 팬택 베가넘버6를 15만원에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해당 판매점서는 차세대 LG 전략폰으로 출시된 G2에 35만원을, 올해 초 선보인 G프로에 43만원의 보조금을 얹어줬다.
모두 법정한도 보조금을 초과한 액수다.
A씨는 "정부 단속 때문에 번호이동 단말에 보조금을 곧바로 올리지 못한다"며 "대신 기존 단말기 위약금을 대납하거나 고객 통장에 일시불로 보조금을 송금해준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판매, 대리점들이 쓰는 전형적으로 쓰는 편법 보조금 '페이백'이다.
근처에 있는 모 통신사 직영 대리점 직원 B씨도 "전체적인 보조금은 단말기마다 40~60만원까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보조금 일부로 새 휴대폰을 사고 나머지 보조금으로 위약금을 내던지 통장으로 받던 지 고객 입장에서는 똔똔(똑같은 것)"이라며 "고객이 선택만 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통신사의 보조금 정책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주말에 올 것을 조언할 정도다.
일단 얼굴을 텄고 상호 신용을 확인했으니 평일에 하지 말고 주말 보조금이 더 많이 나올 때 꼭 자신의 영업점에서 번호이동을 하라는 '상호동맹'이다.
마포구에 있는 한 대리점 사장 C씨는 "요즘같으면 평일보다 주말에 보조금이 더 많이 풀린다"며 "시간 되면 주말에 오라"고 귀띔했다.
C씨는 "평일인 오늘은 갤럭시S4 보조금이 지난 주말보다 15만원 적은 33만원 선"이라며 "모레 주말에 오면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니 꼭 들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방통위가 올해 초 이통3사 영업정지에 이어 KT에 대해 '나홀로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보조금 시장은 다소 경색됐다.
하지만 최근 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KT가 고객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격에 나서면서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각 사별로 연말까지 가입자 유치목표가 있어 마케팅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과열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말에는 방통위 등 관계 당국의 감시가 소홀해지고, 전산이 막혀 영업경쟁이 1일이 아닌 3일(토~월)로 분산돼 시장 과열을 일일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단말기 유통구조가 개선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부터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가계통신비를 낮추고 차별적인 보조금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회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법안이 계류중인데 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자들의 이해관계가 갈려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