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모(35) 씨는 아직도 스타벅스 병커피를 볼 때마다 몸서리를 친다. 지난 6월 9일 해당 제품을 마시다 겪은 끔찍한 경험 때문이다.
임 씨는 경기도 안양의 한 편의점에서 친누나와 스타벅스 커피 두 병을 산 뒤, 곧바로 한 병을 누나와 나눠마셨다. 유통기한은 '2013년 10월 16일'로 찍혀 있었다.
하지만 30분쯤 지나 나머지 한 병을 마시려던 임 씨는 경악했다. 개봉하지도 않고 비닐로 밀봉된 상태의 병 입구에 시꺼먼 물질이 잔뜩 껴있던 것. 또 밀봉된 병 속의 커피 위에도 하얀색 덩어리가 둥둥 떠다녔다.
임 씨는 "입구에 쌓인 비닐을 뜯으려는데 시꺼멓고 지저분한 물질이 조금도 아니고, 병 주위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며 "함께 샀던 한 병을 이미 마셨기에 혹시 몰라 챙겼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임 씨는 그날 밤부터 다음날까지 내내 복통과 설사에 시달려야 했다. 임 씨뿐만 아니라 함께 커피를 마신 친누나도 같은 증상을 보였다.
전날 마신 스타벅스 병커피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한 임 씨는 당장 전화를 걸어 따졌다.
하지만 업체 측의 대응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었다. 시커먼 이물질을 곰팡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연구소에 성분 의뢰를 해봐야 한다며 제품 회수에만 급급했던 것.
임 씨는 "사과는커녕 무조건 가져가려고만 하더라"며 "소비자가 없는 자리에서 개봉해버리고 자기들끼리 분석하면 당연히 유통상의 문제라고 치부할 게 뻔해 못 가져가게 했다"고 말했다.
결국 업체 관계자는 문제의 병커피 사진만 몇 차례 찍은 채 빈손으로 돌아갔고, 그 날은 업체측과 접촉한 마지막 날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 씨는 비닐팩에 넣어 '곰팡이' 스타벅스 병커피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지만, 지난 4개월 동안 스타벅스 병커피는 그 자리를 지켰다.
업체 측의 대답은 '역시나'였다. 취재진이 임 씨로부터 받은 병커피를 내보이자마자 "커피가 상했고 이물질은 곰팡이가 맞다"면서도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통과정에서 공기가 혼입이 돼 커피가 상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커피가 진공상태에서 밀봉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는 절대로 공기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
스타벅스 병뚜껑은 돌려따는 식이 아니라 딸 때 '딱'소리가 나도록 진공압이 걸린 상태에서 눌러 잠가 밀봉하는 방식이어서 절대로 공기 혼입이 안된다는 얘기다.
업체 관계자는 "간혹 유통 중에 유리병끼리 부딪히면서 진공이 풀릴 때가 있다"며 "살 때부터 이 상태였다면 진열할 때부터 이미 상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커피 안에 우유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공기가 혼입되면 냉장보관을 하더라도 일주일 만에 상해버린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은 다만 "고객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같다"면서 "고객 불만을 제때 잘 처리하지 못한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벅스 병커피. 하지만 제품관리와 고객대응은 인지도를 실망스럽게 한다는 지적만큼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