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자부, '통상외교관' 단 한명도 충원 못해…발만 '동동'

박근혜 대통령 지적한 대표적인 부처 간 '이기주의'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와 한중일 FTA, 그리고 최근 인도네시아와의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등 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교부에서 통상 기능을 가져온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해외에 파견할 담당 공무원을 단 한명도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가장 큰 이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생이었다.

당시 인수위가 내세운 조직개편의 이유는 '통상교섭의 전문성 강화'였다.

통상 협상과정에서 실물경제부처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협상 주체가 돼 실질적 협상력을 강화하는 한편 협상 체결 이후 관련 산업의 경쟁력 보완과 피해보상 등 국내 후속조치까지 모두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복안이었다.

FTA 등 통상교섭의 핵심기능을 산업부 장관이 직접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중 FTA 등 굵직한 통상 현안이 많은 가운데 지난 3월,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 왔고, 외교부 공무원 77명도 자리를 옮겼다.

77명 가운데 최경림 통상차관보 등 고위외무공무원 5명을 포함한 23명은 2년 뒤 다시 외교부로 돌아가는 파견 형태로, 나머지 53명은 아예 산업부로 소속을 옮긴 전입으로 이직했다.

◈ 산업부, '통상 인력' 전문성 확보 위해 충원 필요

그러나 모두 국내 근무 인원일 뿐, 해외 공관에 근무해야 할 '통상 외교관'은 아직까지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민주당 심재권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해외공관에 파견 중인 상무관은 모두 29명.


WTO(세계무역기구)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에 파견할 상무관 22명이 부족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밝혔다.

해외 공관에서도 경제부처 소속 공무원이 통상업무를 맡아야하며 통상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은 있으나 협의 중"이라며 "통상 기능이 왔으니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외교부, 이미 나가 있는 인력부터 조정해야

하지만 해외 공관에 파견돼 있는 주재관을 총괄하고 있는 외교부는 반대하고 있다.

실제 통상 관련 협상의 경우, 국내에서 진행되는데 굳이 해외 공관의 인력 충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정부 때 충원돼 현재 해외 근무 중인 20명의 에너지자원관이 통상 업무를 분담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예전에 외교부가 외교통상부로 바뀌었을 때에도 통상 관련 인력이 전혀 충원되지 않았다"며 "이미 산업부에서 해외 공관에 나가 있는 인원이 있는데 업무분장은 제대로 하지 않고 처음부터 무조건 많은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해서 이견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인력을 조정하는 안전행안부는 올해 안에는 최종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부처 간 이견이 워낙 커 난감한 상황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두 부처 간에 입장을 조율해 오면 최종안을 확정하려고 한다"며 "내년도부터는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담당 국장은 물론 두 부처 간의 장·차관 회의까지 거쳤지만 아직까지도 인력 충원이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부처 간 이기주의로, 정부가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부처 간 칸막이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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