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무·국방장관, 일본의 외무·국방장관 4명이 3일 ‘2+2' 회담을 도쿄에서 갖고 미일 안보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에서 미국과 일본은 힘을 합쳐 태평양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이를 위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부수입도 챙겼다. 그것은 군사비 분담이다.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 비행장을 옮기는데 일본이 이전비용의 1/3을 부담하기로 했고, 오키나와 미군이 괌으로 옮겨가는데 일본이 86억 달러 중 31억 달러를 내기로 했다.
미국은 일본과 만나기 전날인 2일에는 서울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소득을 챙겼다. 한미국방장관 회담의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 말에 한국에 돌려주기로 한 것을 다시 뒤로 미룬다는 것’이었다.
◈전시작전권 반환의 정치적 의미와 정략적 계산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되가져가라고 한다. 이유는 주한미군의 정치외교적 기반을 안정되게 가져가려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 미군 문제로 걸핏하면 미국을 비난하며 테러도발을 운운한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미국 국민 여론은 그 때마다 동요하고 있다.
정부에게 평화롭게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외교안보전략을 요구한다. 미 의회도 미국이 그동안 지구촌에서 벌여 온 전쟁 개입과 전투에 대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의 군비증강이나 행동 계획은 미 의회에서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다. 세계 여론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미국을 전 세계 민주주의의 모델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경찰로 여기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주둔과 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순탄하게 유지할 안정된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넘겨주면 주한미군의 정치적 의미가 달라지고 북한도 달랠 수 있다. 북한이 얌전해지면 여론도 나아진다.
그런데 왜 돌려줄 시기를 미루자는 우리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가를 따져 보자. 우선 당장 돌려 줘야할 긴급한 사안은 아니다. 어차피 주한미군 유지에 한국이 돈을 지불하고 있고, 몇 년 안에 북한이 침공해 한반도에서 전시작전권을 써먹을 것도 아닌 상황에서 못 이기는 척 연기해주고 실리를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일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게 집단자위권을 인정해주고 방위비 분담을 챙겼듯 우리에게서 챙길 것은 무엇일까?
첫째 미사일 방어체제에 한국을 끌어들이는 문제다. 엄청난 돈을 삼키고 진전되는 건 없어 욕먹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에 한국을 끌어들여 성과로 제시하고 미국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한다고 하지만 미국방어체제와 연동되어야 한다고 단서를 다는 식으로 돌려 말한다. 그 다음은 한국의 차세대전투기 사업 등 군비증강에서 미국산 무기체제를 도입하도록 협상하는데도 좋은 배경이 된다. 또 차후 이어질 방위분담금 협상에서도 한국에게 부담을 더 떠넘기기 유리하다.
우리 정부가 전시작전권 전환을 늦추는 명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이 명분에 담긴 정치적 의미는 노무현 정권이 미국을 배척하고 국토방위를 허술하게 생각하며 북한에게 다가서려 한다는 것이고 전시작전권을 미국에게서 찾아 온 뒤 궁극에는 주한미군을 내보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명분과 정치적 의미 외에도 정략적 계산이 개입되었을 수 있다. 반노무현 정서와 반공의식을 묶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파적.이념적 전술로 활용할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것도 국민이 인식해야할 문제이다.
◈전시작전권 반환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
한반도의 전시작전통제권은 누구에게 가야 할까? 전쟁이 벌어졌을 때의 군사작전권이라면 군사주권의 기본이고 군사주권은 국가주권의 한 기둥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것이지만 1963년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이양했다.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없으니 미국에게 일임한 것이다.
그 때의 대한민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엄청난 차이이다. 다만 우리만 강해 진 게 아니라 북한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미사일 능력을 키우는 등 안보의 위태로움은 여전하다는 입장이 전작권 환수 연기론의 핵심이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북한보다 10배나 많은 군사비를 썼다. 아직도 국방이 불안하고 전시에 작전 수행이 쉽지 않아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을 줘야 한다면 우리 국방시스템의 구조적 허술함과 효율성 문제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전시작전권에 대한 애매한 오해도 따져봐야 한다. 전시작전권은 말 그대로 작전권이다.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도발할 때 전시작전권이 있고 없고는 관계가 없다. 핵우산은 지구상에서 핵무기로 도발하는 어느 집단이건 미국이 그에 앞서 응징하는 것이 요체이다. 그리고 한미동맹 역시 전시작전권이 미국에게 있으면 미국이 전쟁 발발 시 적극 나서고, 우리에게 있으면 한미동맹을 대충 시늉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을 되가져오려는 시도는 박정희 정부 때 시작되었다 미국의 반대로 가라앉고 대신 자주국방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 이후 노태우 정부 때도 추진됐고, 김영삼 정부에서는 우선 ‘전시’가 아닌 ‘평시작전통제권’부터 되찾아 왔다. 그 다음 노무현 정부에서 전시작전권 반환이 본격 논의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