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포인트 벽을 넘어섰다. 8월 29일 1884.52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14거래일 만인 9월 11일 119.33포인트가 상승한 2003.85포인트를 기록했다. 5월 31일 2001.05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3개월만이다. 8월 23일부터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느냐다. 글로벌 경기 개선, 국내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반면 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변수를 생각하면 언제든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투명한 증시의 방향성을 감안할 때 적절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00여일 밖에 남지 않은 2013년, 국내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10명에게 투자전략을 물었다.
대부분의 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투자전략을 수립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중국경기 회복세, 국내 수출입 동향,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등을 꼽았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신흥국의 변동성 보다는 자국경제를 중심에 놓고 정책을 편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추가적인 정책방향이 미국에게만 좋은 방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교체되고 연준위원이 이전의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교체될 수 있다"며 "긴축정책으로 빠르게 정책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로선 미국의 정책방향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시장의 금융정책을 제시할 미국의 태도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윤지호 센터장은 "9월과 10월은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성장률 개선 기대는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양적완화가 필요하지 않았던 시기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게 이유다. 수개월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일자리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美 정책방향의 변화 주목해야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기적으로는 투자의 기회로 판단된다"며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선진국 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의 비중이 높은 한국증시에 유리한 환경이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과 글로벌 경기의 방향성을 고려할 때 주식비중을 늘리는 게 유효한 투자전략이라는 얘기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하락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을 일정부분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의 회복 시그널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띠면서 국내수출 증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연채 센터장은 "경상수지가 계속해서 흑자를 기록하면 국내 경제의 안전성이 그만큼 강화됐다는 뜻"이라며 "이는 신흥국 시장에서 한국증시의 차별화를 유인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는 보수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센터장들의 의견이다. 단기적으론 개선되겠지만 경기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경기 회복을 선진국이 이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유리한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시아 신흥국이 금융위기에 빠지고, 그 여파에 한국경제에 덮칠 가능성도 계산해야 한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2014년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3%미만의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꾸준한 상승세를 기대하는 건 막연한 낙관론이라는 얘기다.
송상훈 센터장은 "지난 수년간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은 다양한 악재와 위험에 잘 견디며 내구성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하지만 국내증시는 당분간 현재 지수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락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을 신뢰해야 한다"며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저가매수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개선되더라도 한국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투자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는 게 송상훈 센터장의 주장이다.
백관종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중순과 하순이 저점매수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주가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자금시장이 개선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매력적이지 못한 밸류에이션"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미래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대부분의 센터장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런 상황일수록 낙관론을 조심하고 비관론이 대세일 때 매수기회를 포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800포인트 내외를 매수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역발상 투자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 국면에서는 배당투자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기적으로는 고배당주와 배당주 펀드의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배당 관련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시장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깔려 있어 박스권 등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수를 매매하는 전략보다는 배당 관련주에 초점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