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출산한 경우 아기의 국적은?

직판여행사 참좋은여행 이상호 대표의 '여행레시피'③

일러스트 = 참좋은여행 제공
직판 여행사인 참좋은여행의 이상호(55) 대표가 현장감 넘치고 실속 있는 도움말로 가득한 해외여행 가이드북 '여행 레시피'를 출간해 화제다. 특히 이 책은 철저히 초보 여행자의 입장에서 궁금하지만 묻기는 곤란하고, 필요하지만 알아볼 곳이 없는 실속 정보들만 콕콕 집어 모았다. 아는 것 같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는, 혹은 어디서 들은 것 같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 알찬 84가지의 작은 여행이야기를 CBS 노컷뉴스에서 시리즈로 집중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임신을 하고 더구나 만삭의 몸으로 비행기를 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기내의 높은 기압과 좁고 불편한 자리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는 없기 때문.

하지만 비행기 탑승 규정에 '만삭의 임신부는 탑승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종종 기내에서 출산이 이루어졌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기내출산은 지난 2010년 11월 중순 한국계 미국인인 산모가 LA발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건강한 남자 아기를 낳은 사건이다.


천만다행으로 비행기 안에 베테랑 미국인 조산사와 아산병원 심장내과 전문의가 타고 있었기 때문에 산모는 진통을 시작한지 1시간 만에 태평양 상공에서 출산에 성공했다.

흐뭇한 해프닝인데, 여기서 슬며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만약 이처럼 비행기에서 출산한 경우 아기의 국적은 어떻게 될까?

보통 국적은 속지주의냐, 속인주의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속지주의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태어난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국적을 부여하는 것이고, 속인주의는 우리나라의 방식으로 태어난 장소와 상관없이 부모의 국적에 따라 국적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비행기에서 태어난 아이의 국적은 속인주의라면 부모의 국적을 그대로 따르면 되니 간단하다. 하지만 속지주의일 때 문제가 생긴다. LA발 인천행 비행기의 기내가 어느 나라 땅인지를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국제선 항공기의 내부는 목적지 국가의 영토로 간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LA발 인천행 비행기는 한국 영토인 것이다. 하지만,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입국심사대로 들어오기까지의 공간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공역'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우간다 국적의 여성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출산을 했는데, 당시 비행기는 캐나다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 아기는 어느 나라 국적을 부여받았을까? 엄마를 따라 우간다 국적? 아니면 목적지인 미국? 그도 아니면 실제 출산이 이루어진 캐나다?

당시 상황에서 아기 엄마는 우간다와 미국, 캐나다의 국적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의 영공도 속지주의의 적용대상'이라고 인정을 해 아기는 캐나다 국민이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해프닝은 극히 드문 경우일 뿐더러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기내에서 출산을 하는 것은 정상 분만보다는 잘못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조산의 위험이 있는 임신 32주차 이상의 산모가 비행기 탑승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책임진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출산 예정일을 즈음하여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 바보 엄마는 없다. 기내의 다이내믹한 출산 체험, 또는 아기의 선진국 시민권 취득보다는 아기의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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