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정치학'…靑, 광장과 셔츠 대신 국회와 정장 요구 왜?

청와대가 체크무늬 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서울광장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정장을 입혀 국회로 돌아오도록 한 까닭은 무엇일까.


16일로 예정된 3자회담의 '형식의 정치학'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회담의 시간과 장소는 물론 정치인의 패션에는 담긴 메시지와 맥락에 대한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선수를 치고 나선 건 청와대였다. '국회에서 1시간', 드레스코드로 '정장과 넥타이'를 요구했다. 박준우 정무수석이 14일 오후 8시쯤 민주당 노웅래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이같이 통보했다. 박 수석은 "지침이다. 그대로 해야 한다. 바꿀 수 없다"면서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의의 전당이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린다"고 장소의 의미를 풀이했다.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의 꼼수로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양복과 넥타이를 하고 국회에서 만나면 대통령이 성의를 보이는 게 되고, 국회도 정상화되는 것 같은 효과를 노린 것 같다"는 노웅래 비서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불통과 비정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심으로 바로 보지 못하고 꼼수와 잔머리를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김한길 대표는 여전히 '노숙 복장'이었다. 제법 자란 수염도 깎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담의 형식 대신 "내일 회담의 주요 의제는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정치개입 폐해가 돼야 한다"면서 "검찰총장의 사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대통령이 준비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의 '내용'에 대해 주도권은 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3자회담을 박 대통령이 국회의장단에게 귀국보고(30분간)를 한 뒤 같은 장소(국회 사랑재)에서 갖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내심 불만이다. 민주당은 3자회담을 먼저하고, 장소도 분리할 것을 청와대에 역제안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서울광장 천막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회담 형식 제안에 대해 "우리 측 의견을 묻는 게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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