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에서 채 총장의 혼외아들설이 사실인지 여부는 물론 '검찰 흔들기'란 일각의 비판을 받았던 조선일보의 취재 과정 역시 상당부분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지난 9일 정정보도를 청구했으나 유감스럽게도 (3일째인) 이날까지 정정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소장이 제출되면, 원칙적으로 단독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하지만, 사건의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언론 전담재판부'에 배당할 수도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관련된 사건이어서 전담 재판부가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정보도 청구를 받은 언론사는 정정보도 수용 여부를 3일내에 통보해줘야 한다. 또 소 접수 뒤 3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돼 있지만 훈시규정이라 강제성은 없다.
정정보도 청구의 경우 보도의 진실여부를 가려내는 데만 중점을 둔다. 따라서 재판을 거쳐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없다고 결론나게 되면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게 된다.
언론사가 갖는 '위법성 조각 사유(보도내용을 진실이라 믿을 수 있는 사유가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않는 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재판에서 쟁점은 입증 책임이 채 총장과 조선일보 중 누구에게 있는가다. 결론적으로 더 큰 입증책임을 갖는 것은 '허위'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채 총장 쪽이다.
조선일보에 입증 책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 역시 취재 과정에서 수집한 채모 군의 학적부나 주변인들의 증언 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취재과정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사건 초기 채동욱 총장은 '혼외 아들설'보도와 관련, "저의와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자신의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흠집내려는 '세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따라 일각에서 제기됐던 '정보 접근이 가능한 세력'이 검찰을 흔들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취득해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실체가 무엇인지 드러날 개연성도 높아 주목된다.
언론관련 소송에 정통한 안상운 변호사는 "입증 책임 자체는 주장하는 쪽에 있지만, 실질 입증 과정에서는 언론사 쪽에서 보도의 근거 등 소명할 책임을 함께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유전자 감식 결과가 사실 입증에 가장 중요한 '열쇠'다. 채 총장은 "보다 신속하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소송과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채 총장의 아들을 낳은 여성으로 보도됐던 친권자 임모 씨가 아들의 유전자 검사에 동의해 유전자 검사가 이뤄진다면, '혼외아들' 의혹은 수일내로 결론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임모 씨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양측이 낸 간접자료를 통한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할 경우, 임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하거나 또다른 자료들로 입증할 수도 있다"면서 "재판부가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리 결과 채 총장의 아들이 아니라고 확실히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입증책임이 더 큰 채 총장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