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미납 추징금 시효 만료가 올해 10월로 다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빨리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은 '전두환 추징법'의 국회 통과를 약속하고 나섰고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미납 추징금 환수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번에도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6년 동안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언제나 높았고 그 때마다 이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 환수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재산을 은닉해 검찰조차 이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한 '권력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지난 6월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 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정권들에서 하지 못한 추징금 환수 작업을 이번에야 말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인 동시에 추징금 환수에 미온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언급 이후 그동안 추징금 환수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던 새누리당도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지난 7월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에 대해 재산 압류 처분을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를 구속하는 한편, 차남 재용 씨를 소환조사하는 등 직계 가족을 향해 수사망을 조여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박 대통령이 강조한 대표적인 '비정상의 정상화' 사례로 삼고 검찰 수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두환 일가 추징금 환수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 가운데 하나이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높은 국민여론에다 검찰이 제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난 16년간 지지부진했던 추징금 환수가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무엇보다 사회 정의와 법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현 정부가 추징금 환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납 추징금 납부 이후에도 검찰은 조세 포탈이나 재산 국외도피 등 아직 남아있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지 말고 계속 진행해 불법·부정을 저지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책임을 물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