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부터 1.5트랙(반관반민) 6자회담 당사국 회의를 제안받은 우리 정부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고민이다. 참여 여부를 딱 잘라 결론내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일단 당국 대화가 아닌 학술회의 성격의 1.5트랙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그간 취해온 원칙적 입장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은 미국과도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는 바다. 10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6자회담 수석대표가 모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 북한이 현재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겠다는 약속과 의무를 실행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원칙이다. 하지만 원칙 때문에 중국을 서운하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 역시 정부의 판단이다. 중국은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의 대북 정책을 바꾸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중관계가 상당부분 진전된 것도 이런 필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스 대표와 함께 약식 기자회견에 나선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자회담 목적(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전에는 6자회담이 불가하다는 '원칙'과 일단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중국의 드라이브'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우리 정부는 1.5트랙 회의에 참석하되 되도록 급을 낮추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반관반민이라는 1.5트랙에서 최대한 '관'의 색채를 죽임으로써 관련 회의가 '준 6자회담'으로 읽히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이 1.5트랙 회의에 대해 "중국 쪽 발표는 6자회담을 평가하는 학술회의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민'의 성격을 강조하고 "(만약 정부 관계자가 가게되면) 6자가 되도록 급을 맞춰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맥락이다.
1.5트랙 회의는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그때까지 민간 비중을 늘리고 관료의 급을 낮추려는 한미와 관료의 급과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북중 간 물밑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