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다자회담 데뷔무대인 G20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해냈고,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FTA 체결과 원전.화력발전소 건설 참여 발판 마련 등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방미와 방중에 이은 세번째 순방도 이처럼 성공적으로 이끌며 박 대통령은 외치에 있어서는 3연패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내치(內治)다. 특히, 40일 넘게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과의 관계회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박근혜정부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국정원개혁, 대통령사과 등 국정원과 관련한 야당의 4가지 요구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타협점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2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며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초 국정원의 자체 개혁을 지시한 이후 국정원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인 동시에 나머지 3가지 요구조건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결국 야당의 요구조건을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현재와 같은 대치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야당은 정국 파탄의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돌리며 그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야당의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옛날 방식의 정치"라고 대응논리를 펴고 있지만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금처럼 야당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가기에는 향후 국정운영에 입을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최대 목표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로 잡고 이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 시 손자회사 지분 요건을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꼽을 수 있다.
현재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가 울산과 여수에 첨단신소재 외국합작투자를 추진했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2조 3천억원대의 사업이 3달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법개정안과 전기요금 개편안, 그리고 지방교부세법 등 민생법안, 신규순환출자 금지 법안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도입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들도 줄줄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추석 연후 전까지 정기국회 일정을 잡지 못한다면 정기국회 회기 100일 가운데 1/3 가량을 허송세월하게 되며 이들 법안의 처리 역시 계속 미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박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도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국정운영에 책임을 가진 곳에 더 큰 부담이 오지 않겠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