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12곳 단체는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굴지의 영화상영관 체인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이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압력으로 상영을 중단했다"며 "이는 일차적으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영화계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우리 영화계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또 다른 상영관 체인인 CGV나 롯데시네마로부터 외면당했을 때, 메가박스에서 22개의 상영관을 내주었다는 소식에 소외받는 다양성영화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에 박수를 보냈다"며 "그런 메가박스가 단 하루 만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보수단체의 협락에 상영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이런 식의 협박이 아무런 제재 없이 통하는 곳이 된다면 삼류 사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며 "첫째, 메가박스 측은 협박을 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하라. 둘째, 수사당국은 해당 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라. 셋째,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정책담당부처로서 이번 사태가 한국영화 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도록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최선의 행정력을 즉각 발휘하라"고 요구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사인 ㈜아우라픽쳐스에 따르면 6일 밤 9시께 메가박스는 이튿날 자정부터 이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부 단체에서 강한 항의와 시위를 예고해 관람객간 현장 충돌이 예상됨에 따라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첫날인 5일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전체 박스오피스 11위에 올라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상민 아우라픽쳐스 대표는 "CGV, 롯데시네마와 달리 용기를 내 상영 결정을 내렸던 메가박스는 상영중단 통보를 하던 날 낮까지만 하더라도 시사회와 개봉 첫날 반응 덕에 상영관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등 천안함 프로젝트의 수많은 우여곡절에도 상영관을 열어준 메가박스의 용기가 이틀 만에 꺾인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정지영 감독은 "메가박스 측이 왜 이렇게 어리석은 판단을 했는지 안타깝다"며 "이 일이 대한민국의 수치로 알려지지 않도록 메가박스는 바로 재상영을 결정해야 하고, 어떤 단체가 압력을 가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메가박스는 업무방해로 그 단체를 고발할 수 있으며, 아우라픽쳐스는 메가박스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며 "다만 손해배상청구는 진상규명을 하면서 적절한 시점을 찾아야 할 것이고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의 연출자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왜 종교 이상의 믿음을 강용하는지, 상영중단을 강요하는 분들이 초법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인 이준익 감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12세 이상 관람가의 조건으로 정상적인 상영관에 개봉해 관객과 만나던 천안함 프로젝트가 외부의 압력으로 상영이 중단되는,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문화융성의 시대에 감독들이 자기검열의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모인 영화계 단체들은 기자회견 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영화인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켜 메가박스와 정부당국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사태 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