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도한 공안몰이라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사실 내란음모 사건이 터진 이후 새누리당은 대야 관계에서 정국을 주도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맺은 민주당이 종북세력의 숙주라며 이번 사건과 민주당의 연관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이석기 의원의 원내진출의 길을 터준 이 의원에 대한 2003년도 사면복권의 배후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의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또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31명에 대해서는 의회에 숨은 야당의 종북세력이라고 몰아세우며 무기명 표결하기로 돼 있는 체포동의안의 기명투표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분위기가 이석기 의원의 구속으로 파장(罷場)을 맞게 되자 새누리당은 이제 이 의원에 대한 제명카드로 대야 주도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 의원 제명안을 꺼내든 표면적 이유는 이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잃기까지의 기간 동안 국회의원의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숨은 이유는 이 제명카드가 민주당을 옥죄는 또 다른 묘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제명안을 제출한 6일 “지난 총선 때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로 종북세력이 국회에 입성한 원죄를 지고 있는 민주당이 이 의원의 제명 징계안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말에 함축돼 있다.
실제로 이 의원의 제명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제명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끝으로 ‘이석기 국면’에서 탈출해 국정원 개혁 드라이브에 다시 매진하려던 민주당으로서는 제명 징계안에 또다시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번 제명카드를 또다시 민주당의 행보를 옭아매는 ‘덫’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도 지난 2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에 민주당이 협조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본회의를 안 받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 이석기는 새누리당의 조력자? "새누리당 지도부 오버 경향" 쓴소리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제명안 처리 움직임에 대해 공안광풍이라며 반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공안 광풍을 조성해 국정원 개혁 물타기 해야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길 국민의 이름으로 엄중 요구한다"고 말했다.
제명카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이 문제를 너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제명 징계안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내놓고 반대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당 지도부가 오버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너무 나가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회가 제명하겠다는 것은 입법부가 사법부를 무시하는 모양새라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의원이 정치적으로 생명을 잃은 만큼 사법부 판단 이후 제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내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제명 징계안은 6일 오후 결국 제출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이 이번 사건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 가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실제로 수면 위로 나오는 순간 국민은 곧바로 새누리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공안 정국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이 과연 박근혜 대통령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