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논란 "기업도산우려" vs "천만의 말씀"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한달단위로 지급해야 통상임금
-상여금 통상임금되면 38조부담
-비용 부담 대신 일자리 늘려야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정기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
-38조 부담? 기준따라 들쭉날쭉
-통상임금은 인권문제,포기못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임미현 기자 (김현정 앵커의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vs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시간 외 근로 수당, 휴일근로수당, 연 월차 수당 이런 것들을 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게 바로 통상임금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기준과 범위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상여금이지만 정기적으로 준다면 이것은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대법원에서 이 통상임금의 향방을 가를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예정 돼 있습니다. 이에 앞서서 미리 재계와 노동계 양측의 입장을 각각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재계 측입니다. 한국경총 이형중 노동정책본부장이 연결 돼 있습니다.

◇ 임미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통상임금, 가장 핵심적 쟁점은 역시 정기적 상여금 이게 바로 통상임금이냐 아니냐는 건데요, 재계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인 거죠?

◆ 이형준> 네, 그렇습니다.

◇ 임미현> 이유는 뭡니까?

◆ 이형준> 그동안에 산업 현장에서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고, 노사 간에 협약을 통해서 이것이 증명돼 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최초로 대법원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잇다는 판단이 나왔는데요. 지금 그 판례의 법리에 대한 논박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판례 법령에 대해서 지금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를 열게 된 계기도 관련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에 대해서 하급심에서 최근까지도 어느 판결에는 포함이 되고, 어느 판결에서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같은 재판부에서도 동일한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달리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재계 입장에서는 기존에 54년도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현장에서 통용돼 왔던 1개월을 넘어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 왔던 부분에 대해 이번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확실하고, 명쾌하게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임미현> 그러니까 그 말씀은 재계는 한 달에 한 번씩 주는 것 외에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말씀인거죠? 그럼 재계에서 인정하는 통상임금의 범위는 어디까집입니까?

◆ 이형준> 해외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 임금지급기라고 하죠. 소위 우리 법률에 보면 월급은,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지급되는 걸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1회 이상 지급되지 않는 것은 별도로 얘기하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들은 여러 해외 사례나 여태까지 산업현장에서 안착돼 왔던 노사인식이나 협약의 모습을 준수한다는 의미에서 1임금 지급기 내에 지급되는 것만 통상임금으로 계산해서 상정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임미현> 하지만 대법원은 1996년에 1개월을 초과. 그러니까 한 달마다 주는 게 아니더라도, 두 달 세 달 이렇게 주더라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주는 거라면 그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를 했는데요?

◆ 이형준> 그건 저희 재계나 학계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전의 판례에서는 1임금지급기, 1개월 내에 지급되는 것만 통상임금 산정을 하다가 방금 말하신 96년도에 나왔던 판례가 일임금지급기 내지는 1개월이 넘는 단위로 지급된 각종 금품에 대해서도 통상으로 본다는 판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법원조직법 상에 판례를 분명히 전후가 변경이 된 과정에서는 반드시 전원합의체를 통해서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합의체에서 그런 판례들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 판례가 나왔을 때도 통상적으로 모든 사업장이 알 수 있도록 판례 공부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게 저희들뿐만 아니라 학계나 법조계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 임미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

◆ 이형준> 네, 그렇습니다. 과거 10년 전의 이야기죠. 그 당시에 해당 재판부가 지금 이런 사항이 벌어질 것이라고 아마 예측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그런 여러 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정리를 하기 위해서 아마 이런 전원합의체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요. 아마 그 과정에서 정리를 해 주실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임미현> 그러면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됐을 때 재계가 우려하는 건 뭡니까?

◆ 이형준> 법원 판례에 따라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계산을 하면 그동안에 3년치 비용을 다시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희들의 계산상으로는 미니멈으로 약 38조가 나옵니다.

◇ 임미현> 3년치 소급분이 38조.

◆ 이형준> 38조에다가 또 아시다시피 소송이 진행되다 보면 보통 1, 2년이 지나 갑니다.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면 이 부분은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합니다. 법원판결이 지급하라고 명령이 내리면 이행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이 추산을 해 보니까 14조원 정도를 일시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 큰 금액을 갑자기 마련해서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게 됐을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도산할 지경에 처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 임미현> 지급 부담금이 커지면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

◆ 이형준> 그렇죠. 어떻게 보면 차라리 이 비용을 가지고 지금 새 정부가 말하는 고용률을 높이는데, 즉 일자리 문제로 환원해서 그 비용을 지불하면 저희 재계측이 추산한 걸로는 약 30만개 정도 일자리가 나오는데, 이런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상당 부분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임미현> 정기적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하면 일자리도 줄어드니까, 차라리 그 비용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낫다, 이런 말씀인가요?

◆ 이형준> 네. 그렇습니다. 그 비용으로 일자리를 늘리는데 환원하면 충분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재원입니다. 더욱이 이것은 OT수당이나 이런 걸 많이 받는 금액 자체가 큰 업종에 있는 이른바 대기업, 정규직 부분으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이게 지불되면 현장에서도 근로자간에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그런 현상까지도 나타납니다.

◇ 임미현> 정기적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했을 때 오히려 현장에서는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란 말씀. 알겠습니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이어서 노동계로부터 들어보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총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이었습니다. 바로 노동계 입장 듣겠습니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 연결이 돼 있습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임미현> 정기적인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게 노동계 입장이죠?

◆ 정호희> 당연합니다.


◇ 임미현> 이유는 뭡니까?

◆ 정호희> 재계의 주장처럼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판례도 그렇지만 쉽게 생각해서 모집 공고 같은 걸 생각해 보시면, 모집공고에 보통 기본급 얼마에 상여금 몇 % 나와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거기에 나와 있는 상여금은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주겠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근로기준법 6조에 있는 통상임금의 성격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이죠. 이것이 본래의 취지고 판례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상여금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복잡한데 직장인들 자기 월급이 어떻게 보장되어 있는지 잘 모를 수가 있습니다. 워낙 복잡해서요. 그런데 월급봉투를 살펴보시면 수당이 굉장히 많은데 시간 외 수당이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추가 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 임금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뭔가 수당을 만들어서 통상임금을 낮추는 것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 임미현> 그러니까 노동계는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더라도 두 달, 세 달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준다면 이건 통상임금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정호희> 저희들의 주장이기도 하고 판례가 확고하게 굳어져 있습니다.

◇ 임미현> 하지만 재계는 통상임금을 확대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돼서 기업 경쟁력도 떨어지고, 심지어는 도산하는 기업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거기다 그 재원이면 차라리 일자리를 늘리는데 쓰는 것이 낫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 정호희> 경총에서 내놓은 소급임금 38조를 얘기하는 모양인데요. 그런데 이건 기준에 따라서 들쭉날쭉 합니다. 그래서 그 자체의 신빙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꼭 하나 알아야 할 것이 민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임금 채권은 3년만 소급적용할 적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다고 해서 모든 직장인들한테 다 주느냐. 천만의 말씀이죠. 일일이 소송을 해야 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회사를 상대로 이런 소송,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이런 소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도 방금 이형준 본부장님 말씀하시는 것 들었는데, 재계가 38조를 일시에 부담하는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방법도 시행할 수만 있다면 좋겠죠.

◇ 임미현> 그러면 재계가 좀 더 우려를 부풀리기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그럼 대변인님이 보시기에 재계가 반대하는 솔직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정호희> 그렇죠. 그건 부풀리기 한 게 맞죠. 결국은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형태죠. 그걸 고쳐야 하는데, 재계는 그 비정상적인 것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거죠.

◇ 임미현> 그런데 통상임금은 노사간의 협의, 합의를 통해서도 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게 왜 안되는 걸까요?

◆ 정호희>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 얘기를 합니다. 1% 대 99%의 사유라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노사 관계로 보면 지금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10%에 불과합니다. 이것이야말로 1% 99%가 되는 것 아닙니까? 이 상태에서 노사가 대등한 대표성을 가지고 특히나 생활 수당이 예민한 문제인 임금 문제를 일괄적으로 타결할 수 있겠는지 하는 의문이 있고요.

통상임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동기본권 문제 그리고 인권문제, 국가경쟁력에 관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뭐 임금을 더 얼마나 더 주고받느냐 하는 문제는 훨씬 뛰어 넘는 국가적인 문제고 사회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임미현> 오늘 대법원 공개 변론을 앞두고 바라는 게 있다면, 특히 요구하는 게 있다면 호소의 한 말씀도 해 주시죠.

◆ 정호희> 통상임금 문제의 책임을 굳이 따진다면 노동부가 직무유기 혹은 월권을 한 것이 가장 1차적인 요소입니다. 20년 동안 대법원 판례가 나왔으면 거기에 맞게 행정 지침을 바꾸고 노사 관계를 정돈해 주었어야 되죠. 그렇지 않으므로 해서 문제가 복잡하게 된 것이고요.

또 하나 이 시기에 통상임금 문제가 폭발적인 관심과 문제가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에 비정상 정상화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가장 비정상적인 행태가 바로 미국 가서 소송 당사자 아닙니까. GM CEO에게 통상 임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을 해버린 것입니다.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것이고요.

미국 기업이 잘 되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국 기업을 위해서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는 포기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 임미현>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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